인연(因緣)

(나에게 남기는 메모)

밤낮이 바뀌어가서 낮에 졸지 않으려고 버티다 故 피천득님의 <因緣>을 오래만에 집어 들게 되었다.
'엄마께'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는 태평양 건너 계시는 어머니의 젊고 고왔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게 해 주었다.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적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는가 한다."


그의 수필에는 그의 삶을 풍유(豊裕)하게 해주었던 수많은 아름다운 인연들로 가득하다. 부모 친척 친구와의 인연, 딸과의 인연, 일본의 아사코, 보스턴 심포니에서 자주 보던 한 여학생을 비롯해서 도산 안창호,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로버트 프로스트와 같은 문인들과의 많은 인연들이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피천득 님이 그리던 어머니, 엄마와의 인연에대한 문장이다.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이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

"나는 엄마 아들답지 않은 때가 많으나 그래도 엄마의 아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간절한 희망은 엄마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마지막 뒤 표지에 내가 메모해둔 것이 보였다.

'1910.05.29 (음1910.04.21) - 2007.05.25, 11시 40분 별세'

신록이 한창 일 5월에 소천하신 것이다.
비오는 비원을 좋아하셨다는 고인이 남기신 한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오월이면 꾀꼬리소리를 들으러 비원에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