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Alex Webb

SanYsidro, California, 1979© Alex Webb Magnum

< "Mexicans arrested while trying to cross the border to united states.", USA, California, San Ysidro, 1979, Leica M2 >



내가 가지고 있는 2012년 사진 달력에 나온 Alex Webb의 이 사진에 나온 설명을 덧 붙여보자면,

"I took this picture in 1979 while I was riding with the US border patrol in San Ysidro, which was then the place with the largest number of illegal immigrants coming into the US. It is part of my 26-year project on the US-Mexico border that was published as the book "Crossings" in 2003.



최근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가로 손꼽는 Alex Webb의 1979년 사진, 그의 사진집 "Crossings: Photographs from the US-Mexico Border"에 나오는 사진 중의 하나. 흑백 사진을 한동안 시도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컬러 사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아마도 일반적으로는 컬러사진을 먼저 시작하고 흑백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는 흑백 필름 사진으로 먼저 시작해서 컬러로 그 관심이 확대된 경우라고 하겠다.

특히나 흔히 Street Photography란 장르에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진가라면 더우기 Henri Cartier-Bresson, Robert Doisneau, Willy Ronis, Gary Winogrand와 같은 멋진 흑백 사진에 매료되어 흑백 거리 사진을 시도해본 사람이면 컬러 사진에대한 호기심 내지는 좌절(?)을 겪어봤을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흔히 흑백 사진에서는 빛의 명암과 그림자, 패턴, 직선-곡선, 분위기, 사람의 감정과같은 대상들이 일반적인 관심사인 반면, 컬러사진에서 사진가들이 찾는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컬러사진은, 컬라라는 무형의 요소가 좀더 중요한 사진의 일부가 되므로, 흑백 사진에서 작가가 추구하던 일반 적인 구성 요소가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강렬한 특정 색이 컬러 사진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색이 때론 새로운 형태의 패턴 혹은 구성을 포착하거나 혹은 이를 보는 사람들로하여금 부차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능으로 작용한다는 것. 그리고 컬러 사진에서 때로는 '기록'이라는 기능이 좀더 충실하게 부각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 흔히 전통적으로 흑백 사진 위주였던 Street Photography에서 컬러 사진은 어떨까?
요즘 Color Street Photography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영국 사진가 Matt Stuart (b. London, 1974)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컬러 사진이라야만 보다 더 설득력을 갖는 사진들이 있다. (그의 사진 일부는 "Street Photography Now"란 사진집에서 볼 수 있다.) Matt Studart의 사진 http://www.in-public.com/MattStuart/gallery/55


Street Photography 그리고 color vs. B&W이야기를 굳이 하게된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때문이었다.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간혹 마주치게 되는 강렬한 색에 눈길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뉴욕시를 걸어다니다보면, 맨하탄 한 복판의 빌딩 숲이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그림자, 패턴, 선 뿐 아니라 적어도 세가지 강렬한 뉴욕의 색에 눈길을 주게된다. 푸른 하늘, 푸른 원색의 옷을 입은 흑인, 노란 뉴욕의 택시, 강렬한 붉은 색의 코트 혹은 원피스를 입은 여인 등등... 호기심에 따라 컬러 사진을 시도하게되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찍은 컬러 사진들을 보면 좌절하게되는 이유가, 흑백 사진을 찍던 버릇대로 컬러 사진을 찍어놓으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들만 나오게 되었던 것. 거리 사진에서 컬러를 잘 활용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사실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사진들을 많이 남기기 쉬운 것 같다. 물론 모든 사진은 외형적인 요소로만으로 판단하기 힘든 개인적인 기억과 결부되어 그 사진이 특별히 중요하고 애착이 가는 경우는 있겠지만, 나 스스로가 만족하는 사진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 타인으로부터도 공감을 갖는 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컬러 사진은 한층 더 어려운 문제. 그러니 한동안 흑백이냐 컬러냐에대해서 좌절과 고민을 반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 보게된 Alex Webb의 사진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해야겠다.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그의 사진에서 내가 갖고있던 고민들과 좌절스러운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Alex Webb의 사진은 그가 단순히 Magnum사진 작가라는 사실을 알기 이전에, 내가 고민하던-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에대한 충돌과 갈등-문제들을 정말 훌륭하게 해결해내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컬러 사진을 보면 흑백 사진을 찍을 때의 접근 방식과 컬러라는 요소를 정말 부드럽게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 강렬한 색이 만들어내는 구성과, 대상의 그림자나 사물의 선, 찰나의 순간, 전경과 배경의 조화 혹은 기하학적인 구조의 반영등등을 기가막히게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Alex Webb의 사진은 어떻게 흑백과 컬러에 접근해야할지 고민하던 나 자신으로서는 '흑백,컬러에대한 접근 방식이 반드시 달라야하나, 차별화되어야하나 혹은 이들을 접목시킬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고민을 단숨에 해결하고 내 나름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Matt Stuart의 사진은 사실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담기에는 불가능해보이는 사진들도 있고, 그만큼 어떤 면에서는 초현실적인(?)사진들도 보이고, 전통적인 컬러 사진의 강점을 잘 부각시켰다면, Alex Webb의 사진은 전통적인 흑백 사진의 기법과 컬러사진의 기법을 기가막히게 잘 소화, 어느 쪽이 더 우위를 점하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의 강점이 강하게 잘 부각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분위기나 감정등이 강렬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특히 수십년 넘게(*주: 뉴욕타임즈 기사에보면 Alex Webb은 30년 정도 이 필름으로만 작업을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가 Kodak사의 컬러 슬라이드 필름 Kodachrome으로만 작업을 했다는 사실에서 엿보듯, 그의 컬러 사진은 보다 더 흑백 사진의 멋스러움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슬라이드 필름의 관용도는 흔히 말하는 컬러 네거티브의 관용도보다 무척이나 작기때문에, 그의 사진에서 등장하는 암부 혹은 그림자가 있는 부분은 디테일이 약한 대신, 보다 선명한 어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검은 부분으로 남은 암부가 강렬한 색들과의 구성에서 더욱 잘 부각된다는 점. 다시말해 그림자가 있는 암부의 선명한 어두움이 기타 강렬한 색과 어울려 더욱 더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훌륭한 구성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슬라이드 필름 Kodachrome이 주는 따뜻한 색감은 위에 올린 사진 "Crossing Borders"에 나오듯, 안타까운 장면에 더욱더 극적인 대비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늦은 오후의 구름에 살짝 비친 보라색의 빛,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어두운 구름의 명암 대비, 그리고 아름다운 노란색의 꽃밭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장면을 살펴보면 말이다. 정식으로 사진 공부를 하지 않은 입장에서보면 내 표현이 명확하지 못하겠지만, 이 두 사진 작가의 공통점도 있다.

"For someone who says 99 percent of street photography is about failure, Alex Webb has had a notably successful career..."

Alex Webb의 뉴욕 타임즈 기사 (2013년 1월 8일자)에 나온 이 말이 말해주듯, 그의 40년에 가까운 사진 경력에서 추출된 그의 사진집들을 보면 그가 찍었을 법한 수많은 사진들 중에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만한 사진들은 1%도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솔직한 대가다운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Matt Stuart든 Alex Webb이든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작가가 엄밀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추린 사진의 극히 일부만을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진에서의 editing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깨닫게 해준다. 한편으로 editing이라는 것은, 사진가의 철학을 보여주기도하고, 대상 혹은 주제에대한 작가의 관점 및 태도를 보다 명확히 전달해주기도 한다. 더욱 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editing이라는 과정은 작가의 정체성(identity or who I am)를 보여주는 절차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보기에 별 의미없어보이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사진으로 담은 Mark Cohen의 사진집도 그러한 맥락에서 수긍이 가는 것이다.

거리 사진을 시도해보면서 내가 배우게되는 점은 거리에 펼쳐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human condition)들, 혹은 굳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물들이 보여주는 사람의 발자취, 흔적 또는 이 두 개체간의 영향력, 교감등을 새롭게 혹은 호기심으로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빛의 변화, 명암의 대비, 패턴, 색들 뿐 아니라,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좀더 예민하게 바라보고 인지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때론 순간적으로 보엿다가 사라지는 삶의 모습들을 포착하는 것, 공공장소에서 엿보는 타인의 개인적인 순간들, 표정들을 포착하는 것 또한 거리 사진의 매력이 될 것이다. 이런 표면적인 면들 말고도 거리 사진을 시도해보면서 대상이나 상황에 '공감'(compassion)하는 습관 또한 생겨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Street Photography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한다.


New York Times에 나온 Alex Webb와의 인터뷰 기사 (2013년 1월 8일자 뉴욕 타임즈)
http://lens.blogs.nytimes.com/2013/01/08/alex-webb-rendering-a-complex-world-in-color-and-black-and-white/?smid=fb-share

Alex Webb & Rebecca Norris Webb's website
http://www.webbnorriswebb.co/


Interview with Alex Webb on MSNBC


Alex Webb의 약력 및 소개 (biography)
http://www.magnumphotos.com/C.aspx?VP3=CMS3&VF=MAGO31_9_VForm&ERID=24KL53Y_H


Alex Webb의 사진집
1) The Suffering of Light
2) Istanbul
3) Crossings: Photographs from the US-Mexico Border
4) From the Sunshine State
5) Hot Light_Half Made Worlds
6) Under a Grudging Sun
7) Violet Isle (부인 Rebecca Norris Webb과의 공동 사진집)

참고: Rebecca Norris Webb의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 (2012년 6월 21일자)
http://lens.blogs.nytimes.com/2012/06/21/grieving-a-loss-with-prairie-and-poetry/
Alex Webb과 Rebecca Norris Webb의 사진을 비교해서 서로 다른 시각을 찾아 보고 감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추가 내용: 현재 Alex Webb은 부인 Rebecca Norris Webb과 함께 New YorkRochester에서 작업하고있는 중이라고 한다. 20세기 필름 사진의 역사를 주도했던 Kodak사가 파산 신청을 한 이후(2012), 그가 30년 정도 사용해온 Kodakchrome필름을 사용해서 이 곳을 사진에 담고있다는 것. 현재 코다크롬 필름의 현상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중단되었고, 흑백으로만 현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이런 과정이 로체스터의 모습을 담고 기록하는 작업에 더 적합하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Street photography is 99 percent about failure."
                                                     - Alex We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