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 '하얀 나비'와 나의 사진들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이 부른 '하얀 나비'




오늘 오후에도 날이 쌀쌀하네요.

  

오늘 새벽이네요. 어제 암실에 있다가 마지막으로 간 전집에서 술을 마시다 문득 선생님께서 틀어주신 노래 '하얀나비'

학교에나와서 빈둥 거리다가 오후에 다시 생각나서 들어봅니다.

 

 

'엄마'하면 생각나는 피천득님의 수필집 '인연'이 있습니다.

29살에 유학을 떠나면서 제 책가방에 직접넣어간 책 몇 권중에 한 권이었습니다.

표지를 펼지면 어김없이 나오는 세글자 '엄마께'로 수필집은 시작합니다.

9년간 어머니의 회갑을 포함해서 생신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저는  

참 미안하고 부족한 아들이었네요.

나는 그저 엄마가 나의 '엄마'인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엄마도 20대의 처녀시절이 있었겠죠.

누군가 댓글단 것처럼 '하얀나비'는 엄마의 청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오다가 두서없이 메모해둔 글들이에요.

 

"요즘은 양치질하지 않고 저녁에 그냥 잔다고 걱정하시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 참 행복하단 생각.

유한한 순간임을 알고 동시에 안심(?)이되는 이순간을 기억해두려는 것. bittersweet한 순간 순간의 감정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결과물들을 보게되었을 때 느끼는 '가슴 철렁'하는 감정들이 기존의

필름사진으로 대변되는 '
사진'의 과정이 아닐런지."

 

 

"게리 위노그랜드가 말했듯 각각의 내 사진을 '만드는'데에는 평균 125분의 1초가 걸릴 것이나

이 사진들을 찍기위해 나는
30여년을 기다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내 사진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나의 사진은 내 존재의 '기적'을 대변해주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내 삶의 경이로움, 그리고 사진을 담는 사건은

언제나 과거로 귀결되지만 나는 언제나 이렇게 외칠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나는

매 순간 순간 현재를 살아냈다'라고 말이다."

 

 

"(버스안에서...) 누군가 나에게 백병원에 다왔는지를 물었다. 10년이 넘게 까마득히 잊고있던 오랜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계셨던 곳. 병실에 계신 아버지를 만나러 어느 명동의 골목길을 헤메던 무미건조한 기억들이 문득 떠올랐다.

사진은 이렇든 어느 순간 나의 모세혈관들이 파열하듯 전달되는 고통의 기억 같은 것은 아닐까?

혹은 셔터를 누르게되는 이유..."

 

 

 

 

어제 암실에 있던 갤러리 사진을 오래간만에 둘러보다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무 느낌도 없던 사진들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진의 framing자체도 인화한 결과물자체도 '참 예쁘다. 아름답다'란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하나 하나의 사진들이 회원들 각자가 순간 순간을 살아낸 결과물이란 생각에이르니 저혼자

참 감동까지 했습니다.^^;

 

근데...너무 좋았는데, 사진을 살돈은 없어요. ㅋㅋㅋ

저도 예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피천득님의 수필에 나오는 따님 '피서영'님이 어릴때, 아빠 피천득님한테 해준 말이 떠오릅니다.

'아빠, 몸조심! 마음조심!'

 

날이 쌀쌀한데 감기조심 마음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