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있는 젊은 이들을 위한 경제학자의 조언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가지 선택>

로버트 마이클 지음/안기순 옮김/책세상

                     

 

 

 

 

책은 사람들이 일생동안 만나게 되는 혹은 반드시 고민할법한 인생의 결정 사항 5가지를 중심으로 할아버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책이다. 경제학자 답게 수많은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통계 자료를 제시한다. 다만 연구의 대상과 통계 자료의 표본이 미국인들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생의 중요한 다섯가지 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고려사항들을 깊이는 얕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 사항 5가지로 꼽은 것은 학교교육’, ‘직업선택’, ‘배우자선택’, ‘부모되기’, ‘건강습관 관한 사항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라고 흔히 말하곤 한다. 저자가 선택한 인생의 5가지 결정사항은 사실 온전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국면마다 서로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고, 연관되어 있는 사항이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과 직업선택은 현대 사회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의 대학교육은 인간의 정신적 성숙을 돕는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직업을 갖기 위한 사설학원화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것도 모자라서 정부는 평생교육 장려하고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국민들을 교육시장의 소비자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극단적인 예를 들면 대한민국에서 현재 매년 1 4-5000 수준의 박사를 배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좀더 극단적으로 대한민국에는 박사 실업자가 많이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이공계 분야는 상황이 낳은 편이나, 인문계 박사들은 가정을 갖고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거나 하는 과정이 더욱 열악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런 점들은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통계 지표인 고학력 일반적으로 높은 소득 얻는 경향과 맞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배우자선택과 부모되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제이다. 책의 옮긴이는 부분을 각각 결혼을 해야할까 아이는 가져야할까라는 제목으로 장에서 논의하는 방향이 상당히 왜곡될우려가 있다. 혹은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많은 관심을 가질 있는 세부 주제 가지를 장의 전체 제목으로 사용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점은 저자의 의도를 왜곡시킬 있기에 다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책에서 저자도 언급하듯이 파트너로서의 배우자를 전통적인 이성 배우자 뿐만 아니라 동성인 배우자도 범주에 무리없이 포함시킨다. 할아버지 경제학자(1942 )로서 미국에서 민감한 주제인 동성 결혼이나 동성 부모 가족의 양육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도 이제 매년 결혼하는 커플의 10% 이상이 국제결혼이고, 다문화라는 개념이 사회에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의 변화가 지속되고 다양성이 근래에 들어 급증한다는 증거로 있겠다.

 

   인생의 여러 결정 사항에 대해 경제학자로서 조언하고 있는 저자는 본인의 세계관에 따라 경제학적 관점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는 듯하다. ‘시간 비용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 ‘외부효과’, ‘주인-대리인 관계’, ‘수익률 등의 용어로 독자의 선택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국면에서 경제학적인 판단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충분한가 혹은 옳은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예컨대 대학교육을 이야기할 , 저자는 교육을 하나의 투자개념으로 바라본다. 사실 대학입시 원서를 제출하는 시기가 되면 국내 언론에서도 적성, 혜택, 학과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4 투자해도 좋을 곳을 선택하라 기사를 싣는다. ‘투자라고 하면 수익률 같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제학적 관점이 아무런 비판없이 수용되면 학내 인문학과의 축소 폐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이러니컬 것은 현재 대한민국은 인문학 열풍 한가운데에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맨큐의 경제학 필두로 우리에게 익숙한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중심지 시카고 대학의 명예교수이다.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저자가 평생 내면화한 신자본주의적 가치에 기반하여 어떻게 하면 '합리적' 근거로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인지 조언하고, 체제에 가장 합리적으로 순응하여 살아갈 있는 무난한 선택의 길로 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점이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노경제학자가 딸에게 전해주는 노파심어린 충고이다.

 

   저자의 경제학적 세계관을 인생의 국면에 적용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계속 등장한다.  저자가 양육의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에서 어머니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면 모유수유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일보다 좋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모유수유가 돈이 들지 않는 가장 값싼 방법이므로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권하는 것인지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경제학자다운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모유수유를 권하는 근거로는 빈약해보인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저자가 건강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저자가 말하는 건강 정의는 어떤 점에서보면 매우 플라톤적이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시말하면 플라톤이 말하는 동굴에서 진정한 실체와 실체의 모사인 그림자적 측면을 말한다. 우리의 현실은 그림자에 해당하고, 저자가 말하는 건강 상태는 바로 유일한 진실의 실체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건강 정의를 다른 말로 이해해보면 매우 기능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체의 모든 부분이 조화롭고 정상적인 역할 해내는 상태만이 저자의 건강범주에 들어갈 있을 듯하다. 다시말하면 저자는 사람이 건강한 상태는 신체에서 측정된 수치가 정상적 범위 내에 속해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수많은 크고 작은 병에 걸리고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병치레를 하는 것도 크게  건강 범주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앓고 온전히 회복하는 일도 결국은 건강한 상태로 봐야할 듯한데, 이부분은 단지 나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책내용만을 보고 저자에 대해 짐작해보면 저자는 온건한 보수성향의 백인 가정에서 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닐까한다.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발생한 후인 1942년에 태어났다고 하는 저자는 어려운 시기에 태어났지만 저자의 가치관은 50-60년대 호황기 백인 중산층 가족 가치관의 전형인듯하다. 건강을 이야기하며 프랭클린을 인용하는 것도 어떤 점에서보면 저자가 종교에 대한 표면적인 편견은 없으나 청교도적인 가치관의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프랭클린으로 대표되는 청교도적 윤리관은 근면, 절제, 검소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면 건강해진다.’라는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건강 관한 장에서 저자에 대해 분명히 청교도적 가치의 영향을 느낄 있다. 아울러 동성 결혼과 양육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논의의 카테고리에 포함시킨 점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자의 가치관은 <사피언스의 미래>라는 책에서 이루어진 토론의 참석자인 매트 리들리와 스티븐 핑커의 관점과 너무나 유사한 같다. 매트 리들리와 스티븐 핑커는 과학자이고, 사회에 대한 모든 인식과 판단 기준은 절대적으로 수치와 자료에 기반하는 같기 때문이다. 이들이 참여한 토론의 주제는 인류의 미래는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대한 것이었으며, 상대편 토론자는 알랭 보통과 맬콤 글래드웰이었다. 알랭과 맬콤은 인문학을 공부한 이들로서 인류의 미래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인간의 정신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토론을 진행해나갔다. 반면 매트 리들리와 스티븐 핑커는 인류의 미래는 절대적으로 낙관적이며, 모든 통계와 수치가 이를 증거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전문가는 경제학자였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가지 선택> 저자인 로버트 마이클은 경제학자이자 공공정책 분야의 권위자 답게 방대한 통계자료를 인용한다. 통계자료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해석하고 이를 어떠한 의도를 갖고 견해를 표출하게 때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환기하게 된다. 저자의 조언은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지만 사실 저자의 조언은 전문가이기에 있는 조언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선배로서 있는 조언일 것같다. 상식적으로 이미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어본 조언들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책에는 할아버지 경제학자가 후배들에게 해주는 조언들이 가득하다. 다만 인생의 여러 국면에서 판단할 기준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소 제한적인 조언이라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모든 선택의 행위를 투자, 그리고 선택이 잘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수익률 된다면, 기대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개인의 선택은 틀린 것이 된다는 것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각각의 중요한 선택에서 반드시 존재하는 불확실성 떠올려본다면 독립적인 성인 된다는 것은,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되, 자신의 선택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결정의 순간에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는 선택을 하여 자신의 삶에 주도적으로 관여함을 의미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모든 통계와 진심어린 조언들 뒤에는 결국 인생의 주인인 본인이 모든 국면에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깨닫는 일이다. 

   독자가 인생의 단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을 , 저자는 수많은 선택의 길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정은 모두가 다른 ! 결국은 여러 주제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선택의 가능성의 수에 반하여 지극히 원론적인 선택시 고려사항만을 전달해 있을 뿐이다. 결국 각자의 인생에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책을 읽는 독자들이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죽음 문제와 마찬가지로 보편성을 공유하면서도 지극히 개별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