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험,실험

My Ponyos, Buffalo, 2009


당최 이게 사람이 할 짓이가...

도대체 그 수많은 사람들이 힘든 실험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아주 데다...-.-;

학회가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내년 Oregon빼곤 별로 학회가고 싶지 않다. 에혀...

육체적인 피곤함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닌데, 일을 하는데 있어서

순간 순간 참으로 체계적으로 효과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뼈져리게

느낌과 동시에 smart하게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어리숙한 나를 비교해보면

그게 날 정말 절망하게 만든다.

내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내가 순간 순간 빠르고 현명한 판단에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주말에 30시간을 일해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하나를 겨우 잘해냈다고 안심하는 순간 나의 허점은 몇 초만에 드러나게 된다.

도대체 이런 실험하는 넘들은 얼마나 치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걸까...

한 우물을 파도 끝이 안보이는 그런 막연한 방황 혹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난 이미 많이 남들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늦었고, 발버둥을 쳐도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 그런

수많은 난관이 스쳐가면서 나를 아연하게 만든다. 나의 부족함에 화가 날 때가 많았다.

매일 아침마다 침대에 들러붙어서 못일어나는 나는 열정이 부족한 걸까...


세상에는 참으로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피터 드러커의 책 제목처럼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필요 충분 시키기에는 나는 너무나 부족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도 많음과 동시에 박사학위 소지자의 최소 60%정도는 그저 그런 학위를 받는 다는

생각이 든다. 프린스턴이건 하바드건간에 똑똑한 대학원생은 많아도 제대로된 학위를 받는 사람은

그 비율또한 상당히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나 자신도 지금 그저 그런 학위를 하는 사람들 범주에 들어가 있을테니까...

순간 순간 하는 고민이다.

그 잘난 박사학위란 것은 종이 조각에 불과할 뿐, 대학원에서 지내다보면 학위를 받고 그런 대우를 받으려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사실 그만한 성취를 했는가 의문스럽다.       

난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난 왜 이곳에 있을까? 난 왜 이 일을 하나...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내가 왜 이일을 하는지 묻곤한다.

자신감을 잃어도 우울해져도 좌절만은 하지 말자. -.-;

피곤해서 눈이 풀린 나에게 교수가 갑자기 물었다.

"너 왜 물리학하냐?"

항상 바보 취급받는(-.-;) 나는 내 개인적인 이유를 말하긴 싫었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항상 간단 명료하게 날 바보로 만드는 교수의 질문또한 간단했지만, 그건 정말 중요한 질문이었다.

글세, 멋드러진 문구로 대답하긴 힘든 질문이었다.

웃긴 얘기이지만, 난 5살 때 이후로 사실 과학자가 되는 것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단한 상을 받기위해서 과학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재교육 같은 것을 한 번 받아본 적도 없고

사실 교육정보에 너무 무관심하셨던 부모님을 원망한 적마져 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내 일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부족했기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노력과 동기부여가 대학원 생들에게 가장 결여되있음과 동시에

가장 본질적인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든다.

학과 공부는 힘들다고 다들 하지만, 이미 답이 나와있는 문제를 푸는 그런일들은 사실 그리 힘든 일은 아니다.

물론 잘하기는 힘들지만, 학과 공부는 중요하긴 하나 출발지점일 뿐 그것이 좋은 연구를 함에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힘드는 일은 매일 매일 자기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해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 힘든 일 인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너무 순진했었고, 너무 나약했었고, 나무나 편하게 살아왔던 것이지, 호기심과 열의로 가득한

사람에게 연구란 것은 그저 즐거운 놀이 일 것이다.


난 남들처럼 좋은 학교에 가서 편한 인생을 살려고 학창시절에 발버둥 쳤지만,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대기업에 취직해서 남들처럼 무언가를 알지도 못한 채로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진 않았지만, 결국

그런 대열에 어느 정도는 합류한 셈이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남들이 돈안되는 일을 하더라도, 내가 꿈꿔오던 남들이 하기 힘든 그런 영역에서

나만의 일을 개척해보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대답은 아닐 것이다.

어느 고가의 실험장비를 잘 다루더라도 회사에 취직하거나 다른 일을 하게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분명하고

사실 장비를 잘 다루는 것이 연구의 본질도 아닐 것이다. 장비를 다루는 것은 누구나 초등학교 이상이면 다

할 수 있는 일인것은 분명하다. 샘플을 잘 만들줄 아는 것은 좋은 능력이긴하나 또한 회사에 취직하면 쓸모없는

기능일 뿐이고, 누구나 다 샘플 만드는 법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샘플을 잘 만들고, 장비를 잘 다루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연구자들은 그야말로 자랑이 될 수 없다.

한마디로 Nonsense다. 그런 기능적인 일이 연구자에게 자랑거리는 아닌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손재주가 좋아서 샘플도 잘 만들고, 장비도 잘 다루지만, 학위 과정에서 많이 뒤쳐지는

이유에는 그런 기능을 가지고있음에 자만하고 게을러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Nature든 Science든 권위 있는 논문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샘플을 보면 사실 그리 깨끗한 것들은 아니다.
 
물론 가장 나은 샘플을 논문에 실으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더 형편 없을 것이다.

나라도 저정도보단 더 잘 만들겠다 싶은 것들도 많다. 하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깨어있고,
 
매일 매일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자하는 열의가 있는 사람들인 것은 분명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고 미쳐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샘플을 잘 만들고 장비를 잘 다룬다고 새로운 것을 생산해내고 창조해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 '기능'들은 종이 학위조각을 받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가 외치던 대사처럼 '미치도록 그놈을 잡고 싶은' 그런 외골스런 이유가 있어야

할 일이다.

교수가 경고하던 말이 떠오른다.

"Lift is tough, research is tough. You definately, have to be more seious on what you are doing, otherwise, I don't see you go anywhere. You have to realize that."

"You have to enjoy your research. You need to enjoy physics. Otherwise, there is no reason why you are here."

내 그동안의 시간 동안 미치도록' 잡고 싶은 그 것이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보게된다.




그리고 절망스러워도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좌절 금지.

교수가 아무리 날 밟아놔도(?) 끄떡없는 차돌같이 단단한 연구자가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