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부인의 전화와 가상의 카우보이

따르릉...
실험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나: 여보세요...?
교수 부인 : 무티(지도교수)있어요?
나: 아..지금 조교 미팅때문에 회의하고 있을걸요..이층에서...
교수 부인 : 민수?
나 : 네..아마 시험 문제 출제때문에 회의가 길어지나 본데요..
교수 부인 : 아..모두 잘 있어요? 아무일 없나요?
나 : 네? 그럼요.(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지...)
교수 부인 : 아 Lockwood 도서관에 gunman이 이러이러해서...(상황판단 안됨)
                모두 도서관을 비운상황이라는데, 아무일 없는거죠?
                걱정되서 전화했는데? 무티 보면 전화좀 해달라고 해주세요.
나 : 네?(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상황판단 안됨...) 아..네..


나중에 알고보니 오늘 오후 늦게즈음 한 도서관으로 샷건인지 라이플인지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하는 사람의 신고에 의해서 경찰이 학교에 깔린 후였다.

학교에 무장 경찰들이 도서관 주변을 지키고있었고, 언급된 도서관에는 경찰관이 5층까지 4시간동안 4번 이상이나
수색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아..우리 학교도 결국 이런 식으로 유명세를 타는 구나하는 생각도 잠시 사람들이 이윽고 학교를 순식간에 빠져나간 모양...
밖을 나가보니 어두 컴컴해진 주차장에는 내 차를 비롯해서 몇 대 뿐이었다. -.-;
화요일이 마치 크리스마스 연휴를 연상케하듯 썰렁한 상황.
음..심각한 모양이군.

집에 프린터가 없는 나로서는 내일 교수한테 제출할 데이터 자료들을 보여주려고 자료를 만든다음에 프린트를 할 생각이었다.
지도 교수를 비롯 미국학생들은 게눈 감추듯이 집에 가버리고, 교수를 기다리던 나는 우리 실험실을 지키기위해(?)
좀더 남아있었다.
문제의 그 도서관은 여기서 5분은 걸어가야하니 여기까지 올리가 없지.
그리고 총을 소지하고 쏘기로 마음먹었다면 금방 사건이 일어나야하지 시간이 지체되면 계획한 거사(?)를 실천하기에는 불리하다. 불특정 다수에대한 총기 발포는 보통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어날 터이니 밤이되면 보통 학교에서의 총기 사고는 원한 관계가 아닌 이상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내가 일하는 공장같은 이공대학에와서 기계에다 총을 쏠리도 없고...

몇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다행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미국인들이 언제나 갖고있는 그 총기 사고에대한 공포심을 엿 볼 수 있었다.

미군 기지에서 근무 했었을 때도, 누가 잊어버리고 벙커 앞에 놔두고 간 가방때문에 폭탄 제거반이 출동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물론 위험한 화기를 다루는 곳이다보니 주의는 필요하겠지만, 미국인들에게는 특히나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공포감이라는게 있는 듯했다.

학생회관으로 저녁을 먹으려 가려고했었는데, 경찰이 많이 깔려있어서인지 그냥 학교 밖에서 저녁을 먹게되었는데
여러 길목에 경찰차가 지키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총인지 똥이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일것 같다고 주의를 하고 대피하는 미국인들에게
약간의 연민이 밀려온다.

3~4백 달라면 쉽게 권총을 구할 수 있는 이 곳.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콜럼바인에 관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 사회에 기본적으로 전통적(?)으로 지켜져온 총기 소지 문화(?)에 그 대가를 지불하고있는 후손들..

일단 아무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창문이란 것이 보통 없는 미국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들어가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

저녁먹고 어슬렁 거리며 학교로 돌아오는 나를 유심히(?) 관찰하던 경찰의 모습에 오히려 신경이 쓰여서
일단 집으로 일찍(?) 오게 되었는데, 미국에서 몇 년간 살게되면서 나도 모르게 생겨난 것은 오히려 경찰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과속위반 두 차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일단 경찰이 내 차로 걸어와서 창문을 열라고 주문하면 긴장감이 돈다.
왜냐하면 내 운전석 창문이 고장나서 창문이 안내려가므로 문을 열어야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나 보던 사건 예를들어 차에서 나오는 운전자를 총으로 쏜다던가 하는 그런 일에 대한 공포감이 생겨난 것 같다. 나는 차문을 열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난번 과속 위반시에도 창문을 못내린다고 굉장히 긴장하면서 문을 열었던 것이다.
물론 당연히 경찰은 창문을 못연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문을 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꼼지락거리거나 무언가를 꺼내는 시늉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경찰에 걸리면 항상 완전 얼어붙은 자세로 가만히 있곤 했다.

미국에와서 생겨난 경찰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결국 총기 소지와 총기 사고에대한 공포심에서 출발한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그 후손들이 그 대가를 치루는 것이고.

한국에서 경찰은 억지부리는 운전자들에게 밀리곤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경우를 상상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아마 미국 경찰이 우리 나라에서 일했다고 한다면, 총기 강도로 부상.사망을 하는 경우보다 경찰에의해 부상내지는 사망하는 총기 사건이 더 많을 것 같단 생각을 해본다.

다음은 오늘 버팔로 신문에 난 기사 링크이다.
 http://www.buffalonews.com/home/story/958675.html
지금 시각에 모든 상황이 공식적으로 종료가되었지만, 불행한 일이 앞으로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