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hotshoe, order-disorder, Buffalo, 2009



가끔씩은 힘이 쭉 빠지는 그런날...

아침에 침대는 날 놔주질 않고, 난 침대에 들러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뜨고 천장만 바라보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런데 교수와 8시에 미팅 약속이 있어서 일어나야만 하는 그런날...

나에게 아침 8시는 새벽이다...-.-;

피곤해서 집에 일찍 오려고 하는데 교수에게 일을 더 받고 남아있어야만 하는 그런 날,

라디오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economic package가 어쩌구 저쩌구 못알아 듣는 말로 전문가들이 나와서

정책 평을 하고, 호주에서는 산불 방화로 인해 170여명이 사망했다는 그런 뉴스가 흘러나온다.

대한의 건아들도 질 수 없다....화왕산에서 맞불놓기 불장난하다 사람이 죽어가질 않나,

4만원 보일러 값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버린 용의자의 체포뉴스, 7명 부녀자 살해사건의 마지막 살해 희생자

가 골프장 아래 어딘가에 영원히 묻히게된 뉴스하며, 제주도에서도 사람이 희생된 시점을 갖고 부검의와 경찰의 

발표에 혼선이 가고 있단 뉴스..등등...


오늘 하루는 내 일만 갖고도 힘든 하루다. 올해는 좋은 일이 있겠더니 하고 기대했던 것들이 연초에 보면 항상 큰 

사건들이 하나씩 터짐으로 해서 나의 기대에 어긋나 항상 균형(?)을 맞쳐주는 사건 사고들..

지치는 날엔 뉴스를 보지 말아야겠다.

심신이 모두 지치고 피곤한 하루.   

"박정희, 독립군 토벌" 출판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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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ishness


hotshoe, Looking at me:selfishness, Buffalo, 2009


(생각 하나)
카메라를 여러대 팔게되면서 들어있던 필름을 그냥 뺄 수가 없어서 몇일간 카메라를 들고다니며

사람들을 찍어주게 되었다.

이 친구는 우리 실험실에 늦게 들어온 친구인데, 실수도 많고, 집에 일찍가서 일을 많이 안하는

모습에 첫 인상이 많이 안좋았던 친구였다.

몇일 간 사진을 찍으면서 렌즈를 통해 가만히 이 친구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저 친구도 나름 잘해보겠노라고 태평양을 건너왔을 어느 누구의 소중한 존재가 아닌가...

그동안 맘에 안들었던 첫인상으로 인해서 무척이나 쌀쌀맞게 대했었는데 

사진을 찍느라 이 친구를 눈여겨보면서 나 자신이 너무나 작게 보였더랬다.

클린룸 밖에서 이 친구를 찍어주려고 가만히 보고나니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이었던가를 깨닫게된다.



(생각 둘)
몇 해전 ''부부'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내가 존경하던 故 김정흠 교수님의 이야기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내 기억으론 그 당시 이미 20여년이 넘게 남편을 못알아보는 부인을 간호하시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보게되었는데, 매일 매일 아침마다 출근 하시기전 그리고 출근 후 부인의 사진을 필름카메라로 찍으시는

것이었다.

PD : "교수님은 왜 그렇게 매일 매일 당신을 못알아보시는 부인을 위해 사진을 찍으시는 겁니까?"

김정흠 교수: "내가 왜 사진을 찍느냐면 말이지, 카메라를 들고 렌즈를 통해서 집사람을 보면 
     
                    집사람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단 말이야."



그 말씀이 참 기억에 아직까지 남는다.

사진을 찍으면서 오래동안 소중함을 못느꼈던 내 옆의 사람이 당신 자신을 못 알아보게 되어서야

가까이서 찬찬히 바라보게되었다는 그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나에겐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일상 속에서 가족들이 피부를 맞대고 정을 느끼면서 살 시간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것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자는 시간,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40년의

결혼 생활이라고 해도, 실제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고 온전히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10년이 될까 싶다.

요즘 같이 바쁘게 돌아가고 힘든 우리 인생살이 속에서 가족끼리, 혹은 가족 모두는 아니더라도

부부가 함께 온전히'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리의 남은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에겐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 셋)
어렸을 때부터 혼자 밥을 먹어버릇해서 그런지, 난 혼자 밥을 먹으러 잘 다닌다.

혼자 자주 가던 한국 식당엘 저녁에 일을 더 할 생각으로 저녁먹으러 갔다.

날씨가 추운지라 사람도 없고, 옆에는 일본사람들, 중국사람들이 와서 각자 자기나라 말로

떠들어대며 밥을 먹고있었다.

한국인들이 있었으면 엿듣는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그 식당에서 내 자신이 문득 외딴 어느

무인도에 온 듯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외로움은 아닌데, 나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수 없고 망망 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듯한

그런 묘한 느낌...

머나먼 이국 땅의 한 중소 도시에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나 자신을 붙들어매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지못하는 나 자신을 바라봐야만하는 그런 낯선 느낌..


언젠가는 어디론가 도달하리라 믿어버리고, 나 자신을 흐르는 물길에 내 맡겨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실험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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