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왜 좋아하세요?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취미인 사진찍기.

 내가 왜 이 짓(?)을 하게 되었나, 왜 좋아하나 생각해보게된다.

 사진기로 사진이란 걸 찍기 시작한 것은 물론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서부 여행하면서 찍었던 사진 500여장이

 내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곤 사진기를 다시 만져본 것이 이곳으로 유학오게되면서 똑딱이 하나를 장만해

온 것. 4년 전에 똑딱이 카메라를 다시 만지게 된게 이 짓(?)의 시작이었다.

사진 찍는 것 자체에 대해 불과 1년 전까지 취미라고 이름 붙일만한 활동을 하지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적도

없다.  1년 전, 나의 첫 DSLR인 중고 Nikon D50을 사면서부터 똑딱이와는 다른 세계를 알게되었다.

글세, 내 인생 자체는 그다지 열정이란 것이 없었던 것같다. 뭘 해도 내 취미랄 만한 것도 없었고, 참 불쌍했다.

나란 인간은 뭔가 좋아하는 것도 없고 말이다.

근데 카메라로 가끔이나마 찍고다니면서부터는 사진 찍는게 너무 좋아진 것같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면서 뭔가 몰두한 적이 내 인생에 있었을까 싶다.

물론 최근에 내가 D50으로 찍은 사진들을 한 번 보다보니  느껴지는 것이 있다. 공통된 것들...

내 사진에는 뭔가가 분명 빠져있다는걸 말이다.

카메라 그냥 들이대고 멋진 노을을 담거나, 사슴을 찍든, 멋진 자연 풍경을 찍든 내 사진에는

전달하고자하는 무언가가 항상 부족하거나 결여되었다는걸 느꼈다.

물론 사진 작가들처럼 뭔가 강한 주제의식이 있거나 자의식을 표현하는 것과같은 일은 좀더

사진찍는 행위에대해 진지해져야하는데 난 아직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난 일년간은 기본적인 작동법을 배우고, 각종 악세사리를 사모으고 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좀더 내 사진 찍기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게된다. 1년이 지난 지금. 일단 사진을 많이 찍은 것도 아니다.

그저 뭔가 시간을 겨우 내서 식물원을 궂이 간다던가, 여행을 한다던가 해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

그저 그런 풍경에 뻘쭘한 인물들 뿐이다.

대상에 대한 connection도 내가 표현하고자하는 것도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비 탓을 할 때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서 못지른 것 뿐, 내가 장비를 살 여유가 되었다면,

아마 지금쯤 장비들로 가득찬 창고가 필요할 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내 사진에서 뭔가 항상 부족한 것이 있다고 느낀후론, 그것이 장비에 있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진"은 "사진가"의 몫이지 "카메라"의 몫은 아닌것이다.

세상에 아무리 비싼 카메라든, 내가 라이카를 들고 있다고 해도, 퓰리쳐상을 받은 작가들과 같은 수준의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사람의 시각에 따라 결과도 다르겠지만....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장비의 문제를 넘어서서 본인이 현재 갖고있는 카메라의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하는

일은 절대 사진가의 몫이라는 점이다.

사진가 Ken Rockwell의 홈페이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림은 포함시키는 예술이고, 사진은 제외시키는 예술이다."

많은 것들을 사진에 담으려한다면 좋은 사진이 아니라는 말이다.

Simplify everything you see and imagine...

주제를 단순화하고 부각시키라는 말이다.

자동카메라를 사든, 일회용카메라를 사든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면 충분하다.

나도 몇 년 후에는 또 새로운 카메라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사진의 수준과 질을 보장받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좀더 쓰기 편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좀더 잘 지원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내용은 내가 담는 것이고, 그 동안 현재 내 카메라로 사물과 세상을 보는 내 관점을 좀더 넓히고

향상시키는 것으로 족하다. 현재의 내 보급기종으로 촬영상의 단점은 언제나 어느정도 보완이 가능한 것이고,

좋은 결과는 결국 내 몫인 것이다.

필름 카메라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제 한 3달 되었다. 필름 사진이 좋은 이유는 아마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비슷할 것같다. 필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색감, 디지털 카메라에서

표현하기 힘든 입체감같은 것들, 카메라 셔터음을 들으면서 사진을 "만든다"는 느낌을 갖게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디카처럼 사진을 찍고나서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기도하다.

좀더 사진에대해 너그러워지고,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리개는, 셔터스피드는, 초점은

잘 맞았나를 점검하는 동시에, 어떤 장면을 제한된 필름에 잘 담을까를 고민하는 동안 한 장 한장 정성들여

추억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필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점이 아닐까.

   어렸을 때 아버지가 쓰시던 Nikon 카메라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팔아서 누나 사진 수업에 필요한

카메라로 변신한 후 누나한테로 가버렸지만, 어렸을 적 추억이 고스란히 앨범에 담겨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또 한가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부터 찍은 사진의 양이 많아져서 내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의

양이 상당히 많아졌다. 사람마다 견해는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내 컴퓨터에 저장되어있는 파일, 이미지가 아니라 종이에 옮겨진, 실제 만질 수 있는 출력물에

한해서이다. 물론 내 블로그에 사진 파일로 올리긴하지만, 영상 파일을 사진으로 인화하지 않는 이상은

단순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의 내 사진에 대한 견해...돈이 좀 많이 드는게 문제다.

하지만....

사진찍고 인화하고 하는 활동이 "비싼" 취미는 아니란 점이다.

물론 모든 인간의 활동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지만, 사진찍기 취미는 각자가 개인의 형편에 맞게 "조절" 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비싸게 하려면 얼마든지 비싼 사진찍기를 할 수있다.

인화한 사진에 다이아몬드를 박아넣든, 값비싼 장비와 최고급 필름을 사용하든 그건 개인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중요한 건 사진을 찍으므로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다는 사실과 추억을 갖는다는

점일 것이다. 친구들의 사진을 찍으므로해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것, 가족의 일상을 담음으로해서

추억으로 남기는 것...

사진찍기 그래서 좋다.

왜 좋냐고? 

그냥 좋은걸 어떻해! 가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