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shoe, memory, Philadelphia, 2008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기억나는 음악하나가 있다.
피아니스트 Marion Brown과 앨토 색소포니스트 Mal Waldron의 듀오 앨범
Songs of Love and Regret ('사랑과 회한의 노래' 쯤으로 번역해보면 되겠다.)이 그것이다.
그 중에 재미난 제목의 연주곡이 있다.
'To the Golden lady in her Graham cracker window'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는 이 곡은 내가 제일 아끼는
곡 중의 하나이다.
2000년을 맞는 자정, 그 때 나는 내 친구 놈과 내 방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신청한 이곡이 언제 나올까를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시작했던 그 프로그램의 맨 처음 곡으로 내가 신청한 곡을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왠지 모르게 감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1999년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갓 전역하여 다시 내 삶속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책임감과 일종의 두려움같은 것이 나를 더 짓눌렀던 때로 기억한다.
친구녀석과 맥주를 들이키며 듣던 이 곡은 나에게 왠지 모르게
삶이란 원래 그런것이며, 누구나가 다 겪어야할 운명이라는 것,
신비스럽거나 경이로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찮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있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이곡이 주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런지.
이효석 님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 떠오른다.
장돌뱅이 허생원과 자신의 아들인지 모른 채 같이 다니던 동이가 달 빛에 흐드러지게
반짝이는 메밀밭을 바라볼 때의 그러한 숨막히는 정밀감이 느껴진다라고 얘기해볼 수 있겠다.
허생원과 아들 동이가 공유했을듯한 그 동질감 또는 하나됨의 그 느낌'을
이 곡을 연주했던 두 연주자또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2009년 새해가 몇일 지났지만 다시 오래된 이 곡을 다시 꺼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