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모비딕》 읽기 (10장)
《일러스트 모비딕》(10장, 103-109)
허먼 멜빌 지음 | 록웰 켄트 그림 |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일러스트 모비딕》 제10장에서는 예배당에 다녀온 식인종 퀴퀘그와 이슈미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퀴퀘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인물 정보가 소개됨과 동시에 이슈미얼과 보다 본격적인 ‘브로맨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슈미얼은 바로 ‘기이한 문신 너머로 소박하고 정직한 마음의 흔적’을 퀴퀘그를 통해 발견합니다. 심지어 이 이교도의 몸가짐에서 고결함까지 느끼며, 이 새로운 친구의 모습에서 조지 워싱턴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구요. “퀴퀘그는 조지 워싱턴이 식인종으로 변한 모습”(105면)이라고 말하며 이슈미얼은 이 이교도 친구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합니다. 기독교인들의 허례와 겉치례를 떠올려보면, 퀴퀘그를 통해 투박하지만 진실한 모습을 이슈미얼은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이교도와 장로교 신자인 이슈메일이 종교의 벽을 허물고 진실한 친교를 맺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나자 그는 자기 이마를 내 이마에 갖다대더니 내 허리를 꽉 껴안은 채 이제 우리는 결혼한 거라고 말했다. 그의 고향에서는 이 말이, 이제 우리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만일 그럴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나를 위해 죽겠노라는 의미였다.”(106면)
이제 한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유쾌하고도 정다운 흡연’을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퀴퀘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은화들을 반으로 나누어 이슈미얼의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작가 멜빌이 이쯤에서 끝내지 않고 이슈미얼을 통해 ‘숭배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는 점입니다. ‘숭배란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므로 성경의 가르침 대로 ‘이웃이 내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내가 이웃에게 해주는 것’을 행하면 되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므로 죽음만이 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된 이상, 퀴퀘그가 자신의 방식대로 숭배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곧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성경의 가르침을 적용하여 이교도의 의식을 숭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곧 성경의 논리를 이용한 돌려치기 수법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슈미얼의 행동은 (제가 판단하기에) 성경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은 다르게 바라보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내일은 하루종일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짧게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