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이란 바로 우리의 현재를 보살피는 일이며, 그 자체로 미래를 만드는 행위다

창작과비평 - 186(겨울)

촌평 - 미래는 오지 않는다를 읽고

(전치형·홍성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9)

 

 

미래 예측이란 바로 우리의 현재를 보살피는 일이며,

자체로 미래를 만드는 행위다

 

 

이번 창작과비평 겨울호(186호)에 실린 촌평 모두 흥미롭게 보였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 과학기술의 담론과 관련 있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전치형·홍성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9)에 대한 서평을 먼저 읽게 되었다. 서평을 작성한 강연실 교수는 마치 상공에서 새의 눈으로 지상을 조망하듯, 책의 ‘경계’를 넘나들며 책이 다루는 문제의식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기술이 주도권을 쥔 사회에서 기술이 중심이 된 미래상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서평자 강연실 교수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에서 저자들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 의식을 주의 깊게 포착하여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래 예측은 이론과학이나 실험과학이 될 수 없”다는 것. 인간 사회는 자연에 적용하는 정확한 예측 메커니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예측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를 수행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기술 진보를 거론하며 진행하는 미래 예측은 전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담론이 되는 ‘미래 예측’에는 누가 미래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 기술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미래 예측이란 그 자체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퍼포먼스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주목한 부분은, 서평자가 이 책을 소개하는 몇몇 일간지의 책 소개글을 비판하는 대목이었다. 물론 서평자는 독자가 이 책의 핵심 논제를 오독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대신, 이 책을 소개하는 주력 일간지들이 책의 핵심주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독자들이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오독의 전형을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소개했던 일간지 담당자는 이 책을 다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서평가의 표현대로 주요 일간지의 책소개 글은 이 책이 비판하는 기술결정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평자는 이 사례를 통해 언론이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책의 논지를 간과했든, 의도적으로 회피했든), 우리가 어떤 가치를 향해 나아가려면,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바꾸고 변화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래’는 아마도 기술산업사회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미래라고 하는 이 거대한 ‘허구’ 속에 우리가 ‘노오력’을 해야하는 이유, 우리가 월급으로 평생 마련하지도 못할 아파트를 꿈꾸며 달려가야 할 이유, ‘인공지능 유토피아’를 꿈꾸며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가 녹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래는 오지 않는다에 대한 서평은 미래 예측이 미래의 기술을 예견하기 위함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임을 환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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