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종의 기원》 1장 - 사육과 재배 하에서 발생하는 변이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자연 선택을 통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 또는 생존 투쟁에서 선호된 품종의 보존에 관하여)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지음 | 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독서일기]

 

1장 - 사육과 재배 하에서 발생하는 변이

 

 

사이언스북스에서 기획된 ‘드디어 다윈’시리즈의 첫 결과물인 종의 기원을 읽어보려한다.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가 번역한 찰스 다윈의 초판 버전이다. 번역자의 서문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초판이 ‘다윈의 독창성이나 과감함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2판은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완판되고나서 몇 달 만에 재출간되었다.

 

 

최근에 읽은 전염병에 관한 저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쓴 저자 데이비드 쾀멘이 엮은 On the Origin of Species: the Illustrated Edition에서 판본의 변화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쾀멘은 다윈의 종의 기원에 직접 그림과 주석을 더하고, 비글호 항해기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다윈의 서간문을 첨가하여 폭넓은 이해를 의도했다. 쾀멘이 새롭게 엮은 종의 기원에서 1859년에 나온 초판 1250부가 출간 첫날 완판되었다는 이야기를 출판업자(John Murray)로부터 들었다고 나온다. 이후 2판은 몇 가지 오탈자와 수정사항이 가해졌을 뿐이라고 이해하지만, 장대익 교수의 언급대로 초판이 나온 이후 다윈의 생각 변화나 표현의 수정이 가해져서 다윈의 ‘초심’을 읽기에는 제1판에 주목을 했을 것이라 이해해본다.

 

 

쾀멘이 엮은 종의 기원에는 2판 이후의 판본들에는 다윈의 주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가 사용했던 “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표현이 1869년에 다시 출간된 종의 기원에는 5판부터 등장한다고 한다. 제1판이 나온 후 10년이 지난 셈이다. 말하자면 다윈의 종의 기원은 다윈이 항해를 다녀온 이후 20여년 간 다듬어진 ‘자연 선택’과 ‘공통 조상’에 대한 개념이 초판 출간 이후 10년 동안 인간 사회의 압력(다윈에 비판적이었던 시각들)으로 인해 어떤 면에서는 조금씩 진화해갔다고 볼 수 도 있겠다. 따라서 다윈이 자신과 사회의 어떤 문턱을 처음 넘어서기로 결심한 결과물, 그러니까 종의 기원 제1판을 읽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독서일기에서는 각 장의 큰 개념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1장에서는 ‘사육과 재배’에서 나타나는 종의 변이에 관해 운을 띄우고 있다. 인간이 특정 비둘기 품종을 길러냈던 수천년 전의 조상을 언급하기도 하며 ‘대물림’의 개념과 ‘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운을 띄운다’고 표현한 이유는 아직 종의 기원의 핵심개념인 ‘자연선택’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 간 다윈은 수없이 자료를 읽고, 전문가들과 편지를 교환하고 토론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 정원에서 비둘기와 따개비를 비롯한 동식물을 재배하고 관찰하며 ‘자연선택’의 개념을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기엔 너무나 할 이야기들이 많고, 사람들의 반응, 사회의 반응 또한 수도 없이 의식했을 것이다. 이 개념을 얼른 선언하고 싶은 마음이 여기 저기 슬쩍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를 끼워 넣음으로써 느껴지는 것 같다.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했을까 상상해본다.

 

 

다윈은 집비둘기의 기원은 잠깐 언급하며 (다윈은 물론 집에서 직접 집비둘기를 기르며 몇 종을 관찰했다) ‘대물림’의 개념을 이미 분명히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이렇게 슬쩍 자신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표출한다.

 

 

나는 그것들(대물림하는 여러 종류의 비둘기들을 가리킴)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자손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충분히 공감할 있다.(73면)

 

 

다윈의 이 표현은 종의 기원의 또 다른 핵심개념인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유래’에 대해 첫 장에서 미리 운을 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윈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당시에 품종 개량하는 전문가들은 아마도 (성경의 해석에 따라) 처음부터 별개의 종이 창조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라고 당연하게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돌보는 품종들이 수많은 별개의 토착종들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73면)라는 점에도 다윈은 분명히 주목하고 있다. 종의 기원을 통해 이렇게 믿는 이들에게 ‘큰 한방’을 먹이기 위한 준비를 다윈은 1장부터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윈 자신은 이 책에서 이러한 견해에 충분한 증거와 논리로 맞설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종의 기원의 1장은 매우 다르게 읽힌다. 결국 이 원대한 목표를 위해 개와 말, 고양이, 비둘기, 딸기 등등의 동식물의 사례를 집요하게 수집하고 배치해 두었던 것이다.

 

 

1장의 후반으로 가면서 다윈은 인간에 의한 동식물의 ‘재배와 사육’에서 나타나는 ‘선택’이라는 기작에 주목한다. 다윈은 우수한 동식물의 품종을 소유하고자하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선택 (unconscious selection)’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언급한다.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종의 변이는 그 변화 양상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점진적으로 일어났지만, 재배와 사육에서 집중적인 선택을 통해 보다 빠르게 변화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이런 훌륭한 과일(다윈은 앞에서 품질 좋은 배를 언급했다) 먹을 있게 이유 일부는 과거에 원예가들이 어디서나 찾을 있었던 최상의 변종들을 자연스럽게 선택해 보존한 덕분이다.(84면)

 

 

이와 비교하여 다윈은 문명화되지 못했던 ‘고대의 토착 식물들은 후대의 문명화된 나라에서 계속적인 선택을 통해 완벽한 수준으로 개량되지 못했기 때문에 재배할 가치가 없는 식물들만 보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1장에서는 인간에 의해 선택된 품종에 나타나는 변이에 초점을 맞춘다. 무엇보다 2장에서 이야기할 ‘자연상태에서의 변이’와 결국 유사한 원리에 의해 이루어짐을 설득하기 위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는 ‘재배와 사육’에서의 변이를 보여주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다윈은 이렇게 ‘종의 변이’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설득을 기반으로 ‘생존 투쟁’에 관해 이야기하는 3장에서 이 원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선 1장에서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선택’이 동식물의 종에 나타나는 변이의 선택 압력을 제공한다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