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와 인간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The Gospel of Eels: Sons, Fathers, and the World's Most Mysterious Fish)

패트릭 스벤손(Patrik Svensson) 지음 |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뱀장어와 인간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자로서 현대 생물학의 아버지라고 여겨진다. 그는 터키 연안의 큰 섬 레스보스에서 머무는 동안 동물과 자연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에 그는 자신이 저술한 《동물의 역사》가 17세기 까지 자연 과학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상황을 다르게 보면, 인간의 자연과학 탐구 방법론이 2,000년 넘게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 특히 생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뱀장어 연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뱀장어의 내부 장기 배치와 아가미 구조에 대한 글을 방대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연구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혁신했던 프로이트 역시 젊은 시절 뱀장어 연구로 연구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청년 프로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적 관찰 기법에 따라 아드리아해 뱀장어를 연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트 사이에는 2,000년의 시간 격차가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뱀장어를 매우 진지하게 연구했다.

 

스웨덴의 신문 기자 패트릭 스벤손은 자신의 책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에서 줄곧 유럽 뱀장어의 생태에 초점을 맞추고, 이 뱀장어가 얼마나 신비에 싸인 존재인지 설명한다. 이 책의 뚜렷한 특징은 저자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교대로 전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책의 홀수 장에서 뱀장어에 대한 연구와 역사적 자료를 소개한다. 이어서 짝수 장에서는 가족과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와 추억을 뱀장어를 매개로 회상하고 있다. 평생 도로포장 인부로 일했던 아버지와 보육원을 운영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노동자 계층의 자녀였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뱀장어 낚시를 했던 기억을 돌아보며 뱀장어가 자신과 아버지 사이를 이어준 연결고리였음을 깨닫는다. 나아가 뱀장어가 우리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통찰하게 해주는 존재임을 이야기하며 두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뱀장어는 우리에게 식당 메뉴에서 흔히 보는 존재이지만, 의외로 뱀장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특히 이들은 비밀스럽고 독특한 본성 때문에 오랫동안 산란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비로소 소설 제목처럼 대서양에 위치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유럽 뱀장어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정도다. 그렇다면 알에서 깨어난 조그만 뱀장어들은 저자의 고향까지 6,000 km가 넘는 대장정을 거쳐 왔다는 의미가 된다. 도대체 몇 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뱀장어들이 대서양의 서쪽 한복판에서 어떻게 북유럽 해안까지 이동할 수 있었을까. 이 사실만으로도 신기하지만 뱀장어가 여러 번 변신을 하고, 바닷물과 민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알게 되면 뱀장어가 얼마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동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뱀장어의 비밀스러운 기원과 생태를 알아내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의 탐구와 그 여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뱀장어는 알에서 부화한 후 네 번의 변태를 거쳐 다시 태어난 산란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뱀장어의 엄청난 이동거리를 고려한다면 이 작고 평범해 보이는 뱀장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인간은 뱀장어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 긴 여정을 따라 이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저자는 아마도 인간이 이 질문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뱀장어는 멀리 떨어진 강과 웅덩이가 있는 민물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살아도 어느 시기에 알을 낳기로 결정하면 자신의 갈 길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뱀장어의 특성을 보고 “사람도 뱀장어처럼 자신이 선택한 길에 그토록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49)라고 묻기도 한다. 인간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뱀장어의 관점에서 이 존재를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의 해양 생물학자 요하네스 슈미트의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뱀장어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슈미트는 뱀장어의 유생 상태를 찾아 그 산란지를 밝히기 위해 대서양에서 20년 가까이 뱀장어를 추적했던 인물이었다.

 

저자는 요하네스 슈미트의 경이로운 행적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세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넓어졌다면, 분명 슈미트와 같이 ‘분명한 목표를 가졌던 사람’ 덕분일 것이다. 이 인물이 보여준 삶의 행적은, 자신이 태어난 장소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는 뱀장어의 본능과 숱한 실수와 방황을 겪으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교차되어 내게 다가왔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뱀장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모른 채 태어나 나이가 먹고, 자손을 낳으며 소멸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는 슈미트의 삶을 보고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마침내 의미를 찾을 수 있다”(96)라고 평가한다. 내게는 저자의 언급이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조물주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라고 말하는 유명한 대목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좌충우돌하고 방황하는 존재이지만, 뜻하는 바가 있는 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게다가 슈미트는 오랜 방랑 끝에 인류에게 뱀장어에 관한 많은 중요한 사실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 책에서 뱀장어는 아마도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오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저자와 아버지를 단단히 붙들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뱀장어에 대해 탐구해왔던 사람들을 염두에 두면서 저자는 “무언가의 근원을 찾는 사람은 또한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92)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단지 뱀장어의 기원만을 염두에 둔 언급이 아닐 것이다. 회고적인 성격의 글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근원 또한 탐색한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정은 악성 종양 때문에 소멸(죽음)로 나아간 아버지의 삶을 되짚어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은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의 산란지로 되돌아가는 뱀장어들의 여정과도 닮아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뱀장어는 자신이 부화한 곳에 이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다. 이 ‘좌절된 열망’이 어쩌면 ‘방황하는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뱀장어와 인간 모두는 자신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을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뱀장어의 신비로운 생태에 더하여 이들 앞에 큰 시련이 놓여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다양한 요인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영향으로 뱀장어가 바이러스와 기생충에 감염되고, 확산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만든 산업용 독성 물질을 비롯하여 발전소의 수문과 둑 같은 물리적 장애물이 개체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오랫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뱀장어 포획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가 뱀장어의 멸종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뱀장어의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뱀장어의 멸종 위기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뱀장어는 그 생태적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멸종 위기종의 판정처럼 번식개체수로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뱀장어가 정확히 얼마만큼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뱀장어 낚시를 하며, 생물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배워온 저자는 독자에게 뱀장어의 소멸에 대한 경각심을 마지막으로 일깨워 준다.

 

정리해본다. 이 책은 뱀장어에 대해 알고자 했던 사람들의 탐색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저자의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저자는 뱀장어가 매력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아마도 이 대상이 ‘지식과 믿음 사이의 교차점이기 때문’(37)이라고 언급한다. 이건 존재를 이해하는 일에 틈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 탐색 과정으로 남게 되는 일인지 모른다. 유럽 뱀장어에게 사르가소해는 세상의 끝이지만 한편으로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물론 개체 대부분은 이 근원에 도달하지 못하고 소멸된다. 인간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뱀장어가 모두 같은 목적지를 지향하지만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정확히 같지도 않다고 전한다. 뱀장어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밟아가는 삶의 여정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그 근원인 죽음으로 반드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이와 같이 동일한 목적지를 향하지만, 여기에 이르는 여정은 각자가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여정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담긴 뱀장어의 이야기는 놀라운 지식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은유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통찰을 ‘믿기’로 한다. 저자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뱀장어와 아버지와 얽힌 이야기들은 내게 줄곧 이런 삶의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이 책은 지금 내 삶의 여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발췌문]

"그런 세상에 대한 이해는 뿌리가 끊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을 언급하며- P27

"나는 왜 뱀장어가 매혹의 원천으로 여겨지는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지식과 믿음 사이의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의 성격, 본질을 언급하며- P37

"뱀장어가 물고기와 다른 모든 동물을 예외로 만드는 점은 유생단계에서 하는 엄청난 규모의 장거리 이동이다."- P90

"무언가의 근원을 찾는 사람은 또한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 P92

"사르가소해는 세상의 끝이지만,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P94


"세상은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부조리한 곳이다.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마침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P96

"모든 문이 당신에게 열려 있지는 않으며, 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족하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P102

"너는 뱀장어이니 뱀장어로 돌아갈 것이다."
- 창세기에 나오는 표현- P142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 어쨌든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존중이 필요한 책임이었다. 동물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고 우리 책임에 대한 존중이."- P158

"뱀장어는 좀처럼 으스대지 않는다. (...) 뱀장어는 환경이 제공하는 것을 먹는다. 뱀장어는 멀찍이서 방관하며, 어떤 관심과 인정도 바라지 않는다. (...) 뱀장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유난을 떨지 않는다."- P165

"최초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생을 시작했듯이, 우리 하나하나가 바다의 축소판인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동일한 삶을 시작한다."- P171

"출생지로 돌아가는 긴 여정은 여전히 대부분의 뱀장어에게 좌절된 열망이었다."- P217

"간단히 말해 어쩌면 뱀장어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목표 달성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미와 방법을 가진 개체일 수 있다."- P219

"인간이 뱀장어에 가까워질수록, 뱀장어가 우리 생활에 노출될수록, 뱀장어는 빠르게 죽어간다."-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