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의 물건들

                   hotshoe, waking me up!, Buffalo, 2008 (F2.8, 1/5s, ISO100)




4년전 내 책상 앞에 붙여 놓은 것들....

처음 이국 땅을 밟았을 때, 몇 몇 철없는 학생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나보고 한 말들이 기억난다.

"f***ing Chinese! Go back to your country!"

순간 난 망치에 얻어맞은 듯 잠시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맞다. 난 이방인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내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1년 후에도, 3년 후에도

오늘의 나와 다를바없다면 또 다시 눈에 띄지 않는 이방인으로 과거와같은 말들을 들을 것이란 점이다.


내가 존경해마지 않은 대단한 능력의 선배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선배의 부모님이 손수 적어주신 메시지를 방에다 붙여놓은 것을 본적이 있다.

"아들아

첫째, 포기하지마라.

둘째, 절대 포기하지마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

난 이보다 더 강렬하고 힘이되는 메시지를 본적이 없다. 그것도 부모님 손수 적어주신 한 장의 메모.

선배는 이 메모를 거실에다 붙여놓고 있었다.

아마도 그 선배가 그러한 대단한 능력을 갖기까지에는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재와 둔재의 차이는 정말로 종이 한 장의 차이였다....



힘들 때마다 아직도 난 이 사진들을 보곤한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 난 왜 이 일을 하는가라고 나에게 묻곤한다.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아닌 눈에 별로 뛰지 않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나도 힘겨울 때가 있다.


누가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 그림을 보면서 내가 용기를 많이 얻었던 기억이 난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나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나는 나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I love you Today more than yesterday" 는 그래서 나에게 매일 하는 내 최면인 셈이다.

그리고 날 생각해주는 모든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hotshoe, 국어사전, Buffalo, 2008 (F2.8, 1/6s, ISO100)


영어도 못하면서 웬 국어사전이냐! 누군가 물어보신다면...

우리말을 제대로 모르는게 더 아쉽기 때문이다.

난 지금까지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봤어도, 우리 말을 제대로 잘 쓰는 사람을 별로

만나보진 못한 것 같다.

꽤 오래 전,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읽으며 순 우리말의 풍부한 표현에 놀란적이 있었다.

사전을 찾아가며 읽기도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잊고사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을 문득 생각해본다.



언젠간 좋은 외국의 책들을 아름다운 우리 말로 번역하고 싶은 것이 나의 꿈 중 하나다.

국어 사전은 내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임과 동시에 내 작은 소망인셈이다.

2008년 한글날...




                                hotshoe, 不欺自心, Buffalo, 2008 (F2.8, 1/3s, ISO100)



내 방을 열면 바로 날 맞아주는 액자이다.

언제나 지저분한 내 책상 주위에는 유난히 벽에 붙여 놓은 것들이 많다.

이 글씨는 언젠가 읽었던 성철 스님의 책에 들어있던 영인본이다. 그래도 난 마치 성철 스님이 나에게 직접

써주신 듯 액자에 담아 벽에 걸었던 것 같다.

어렵지 않은 네 글자이지만  그 분은 과연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정말 궁금해지곤한다.

난 오늘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았던가...

이제 보니 내 방엔 남들이 보기에 참 쓸모없는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