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공부

장정일의 공부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장정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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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끔씩 짬을 내서 읽고있는 책이다.

장정일이란 사람은 아직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언론 매체를 통해서 파악된 바로는 독서를 많이하고 시를 쓰기 시작해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글쓰기를 해온 작가이며 항상 정규 학업을 거부하고 독학을 해온 사실을 덧붙여 소개하는 정도이다.

저자는 '공부'란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에 대한 필요를 느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앎의 의지, 호기심,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 저자가 해온 진짜 공부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책에 나온 저자의 생각들은 단지 개인의 견해일 뿐이고, 자신의 생각이 독자의 공부에대한 시작의 발단 내지는 이유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이 시작에 지나지 않길'하고 말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관한 글에서는 물론 나와는 생각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통해 실제 어려움을 경험했던 '그들'의 입장을 말하고있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이단으로 여겨지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개인적 신앙 고백을 보고 나도 사실 편견의 눈으로 읽기 시작했음을 부끄럽게 인정해야겠다. 

고등학교때 한 친구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그 땐 나도 일종의 군사훈련을 받던 시기였다. 이 친구가 그 수업시간마다 난처해하던 기억, 반 친구들이 그 친구를 바라보던 시선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을 다 마치기전에 자퇴를 하고만다.

순간 내가 어떤 사회에서 자라왔는가를 생각해보게된다. 얼마나 '위대한' 이런 가치들을 나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정당화하며 살아왔던걸까. 온 사회가 마치 군대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교란 것도 어떻게 사람들의 통치 내지는 지배수단으로 사용되어져왔으며, 사람들의 집단적인 이기심이 더해졌을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질 수 있으며 고통받아온 사람은 많았던 것일까. 그것은 단지 유교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류를 지배해온 서양 종교를 보더라도 그런 맥락에서 적용해볼 수 있을것이다.

나의 '중용'이란 그동안 어떤 것이었을까.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읽었던 어느 구절이 생각난다. '전쟁이란 사람들에게 중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어느 쪽이든 편을 들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라는 취지의 구절이었다.
이데올로기, 전쟁의 시기는 사람들에게 흑 또는 백의 분명한 색을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무시한채 기회주의자가 된다면 어느 시기에서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류층과 요직을 점하고있는 수많은 친일주의자들의 후손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지식인사회는 너무나 많은 기회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사회로 보여진다. 
장정일의 언어로 말하면, 이들은 '기계적 중립'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10의 중간은 5근처라고 해도, 1000의 중간은 500근처이다. 그 두 경우의 중용은 5와 500의 차이만큼이나 커서 그들이 추구하는 '중용'을 추구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이라고 할까.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래서 지식인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현 대한민국의 정부 또한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하기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외의 이슈에 대해서 그들은 이미 눈과 귀를 틀어막은채 그들만의 언어로 같은 말을 반복해대고만 있을 뿐이다. 책임감의 결여는 그 다음 문제다. 그들에게는 진실성부터 결여되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것이 없다. 오로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불가항력의 '신념'만이 있을 뿐이다.
   
상식이라는 것들이 무시되고, 수많은 진실들과 가치들이 왜곡된 상태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아니라 작은 희망들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그 세력의 균형이라는 것을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보인다.

저자의 생각에 동조를 하고, 팬이되는 일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물론 생각이 다른 부분도 상당히 있게 마련이다. 다만 이 책을 읽음으로해서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가치들을 다시 생각해보게되고, 굳어있던 내 머리가 다시 따끈따끈해짐으로해서 생각해볼 거리들을 던저주고있다는 점은 반가운일이었다. 
 
말장난만 많이 늘어놓거나, 감성적인 책, 혹은 실용적인 책이 많은 요즈음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번 권해보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