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It!

Buffalo, NY 2011



이제 여름 학기 물리학 실험 수업을 가르친지 5주가 됐고, 마지막 수업을 끝내게 되었다.

학부생들 이름과 얼굴이 이제 좀 익숙해지는가 했더니 벌써 중간 고사를 치르고 마지막 수업을 하게 됐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몇 명의 학부생들이 고맙다고 하면서 "You are my favorite TA"라는 말을 해주면서

총총거리면서 사라지는 녀석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대학원 경험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막무가내로 뛰쳐나오듯 출국하던 나의 유학 생활 첫 해를 생각해본다.

나의 유학 생활 첫 해는 그야 말로 악몽같은 나날이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간신히 최소 요구사항을 넘긴 영어 실력을 가지고 학부 물리학 수업을 하라고 Teaching Assistant자리를 내준 것이었다.

그 첫 해....나는 수업이 있는 전날마다 악몽을 꾸듯 힘들었었고, 수업을 하면서 나의 형편없는 영어 실력에 답답해하는 학생들의 표정들과

심지어는 비웃는 녀석들 -.-;; 그리고 당시에 국내에서는 아직 없던 교수 및 조교 평가 설문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며 나는

앞으로 평생 가르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 학부생들은 이런 설문 평가에 너무나 솔직하게 답을 적는다.

당시 나의 설문 평가의 결과는 예상대로 낙제였다. "형편 없다"라는 항목에 대부분의 학생이 표시를 했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I cannot understand his 'anglais'"라고 쓴 친구도 있었다. Anglais는 English의 불어번역인데 그렇게

나의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비꼬았떤 것....솔직하고 신랄하기까지 한 미국 학부생들의 한 단면을 경험했던 것이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교에 운전해서 가는 길에 언제나 나는 교통사고가 났으면하는 바램을 하곤 했다.

그럼 수업들어가지 않아도 될테니까 말이다. 아니면 어디 아팠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곤 했던 것... -.-;

나의 유학 첫 일년은 그렇게 악몽을 꾸듯 지나 갔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나의 좌충우돌 유학생활은 너무나 준비가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던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수업 조교를 맞게 되면서 나는 유학 첫 해의 그 기억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문제의 해법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영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면 어디서 나의 강점을 찾을 것인가하는 것들을

새롭게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제 계절학기 마지막 실험 수업을 끝내면서 학부생 몇 명이 나에게 해준 말은 그런면에서 내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학부생의 입장에서 그것도 개인별로 개성도 강하고 편차도 심한 이 녀석들과

어떻게 수업을 풀어가야할 것인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매 수업마다 15분정도의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실험을 설명해야하는데, 학부생들은 이미 프리젠테이션에 그다지 집중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외국인 대학원생들이 이런 프리젠테이션을 그대로 읽는다면 그보다 더 지루한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분명히 프리젠테이션을 그대로 읽기만 한다면, 분명 하품하는 녀석들 두 세명은 분명히 보게 될 것인데, 그렇다고 자잘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그 것 또한 프리젠테이션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그것또한 지루하기 십상인 것이었다.


효과적으로 학생들의 집중을 얻어내면서 많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언어로 간단하게 주요한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이다.


내가 취했던 방법은 복잡하고 지루한 실험 방법과 detail이 들어가있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들을 시작하기 전에 수업전에 아무 준비 없이

들어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그날의 실험의 목적이나 주요 개념이 뭔지 먼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날 나 나름대로 각각의 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련된 주요개념과 응용개념을 어떻게 연결 시킬 수 있는지

나 스스로 분명히 정리가 되어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나면 어떤 개념을 설명해줘야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이를 적용할 수 있겠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일반 물리학 시간에 이들이 배운 개념을 어떻게 실험과 연결 시켜서 이해할 수 있겠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해주자는 것이 내 목표였다.

따라서 detail이 들어있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먼저 읽어나가기 전에, 나는 학생들에게 먼저 기본 개념의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던저준다.

예컨대, 오늘 rotational inertia에 대해서 실험할 건데, rotational inertia 의 의미가 뭐냐 하는 것들을 말이다.

물론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일반 물리학 시간에 배웠던 개념들을

조금 다른 식으로 전달해주는 경우, 학생들이 고개를 끄떡이던 모습을 보고 나서는,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일이란 것도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학생들이 우선 질문하면, 바로 대답을 해주진 않는다.

대신 내가 공격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너희들의 의견을 먼저 얘기해봐라.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다.

그럼 미리 예습을 해오지 않은 학생들도 당황하다가도 나의 질문에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최소한 그렇게 보임) 그럼 좀더 적극적인

학생 중에서는 바로 대답을 하는 녀석들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우선 틀리더라도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럼 그 답변이 실마리가 되어서 학생과 나의 discussion이 시작되는 것.

학생들이 질문해오면 내가 적용해보는 방식이 이것이었다.


나의 목표는 학생들이 이미 알고있는 개념들, 물리학 수업에서 배웠던 개념들을 이런 문답과정을 통해서 이들이 스스로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길 기대했던 것이다.

물론 학생마다 다르기 때문에 느리게 정답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나의 극도(?)의 인내심이 많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답답하고 혈압이 올라도, 학생들이 당황하고 쩔쩔매는 걸

즐기면서도, 이들이 조금씩 생각해나가고 답에 이르는 과정을 찾아갈 때, 나름의 보람이 있는 것 같다.

또한 학생들마다 생각의 속도 따라오는 속도가 다르므로, 이런 문답과정을 통해서 이들 사이에 조금의 여유를 갖고 이를 조절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느리게 정답에 도달하는 친구들한테는 또 다른 질문을 해보고 좀더 생각할 여유를 줄 수도

있겠고, 재빨리 이해하는 친구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성취감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유창하게 말하려고 안되는 일을 궂이 애쓰는 것보다는 분명하고 천천히 말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개선해야할 점들이 많으므로 가을 학기에도 좀더 나스스로를 트레이닝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야할 

것이다.   


아무튼 유학 생활 초기에 너무나 두려웠던(?) 학부생들이 좀더 친근감을 표시하고, 고마움을 표시해오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던 것은 바로 나의 악몽같았던 유학 생활 첫 해의 기억에서 연유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