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깊고 느리게 그리고 낯설게 문학읽기 <문학 속의 철학>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로쟈) 지음 | [책세상]

 

 

 

언제나 느끼지만 문학은 우리에게 가지를 제시해주는 같다. 하나는 우리 삶의 전형으로서 사례(또는 에피소드, 인생의 국면) 제시한는 것이다. 작가가 설정하여 글로 표현한 사례로부터 독자는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편성을 읽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는 작가가 제시하는 사례에 공감을 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여기에 하나의 전형/사례를 보여주었으니 삶은 어떠한가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저주는 같다. 문학은 우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고, 우리에게 인생의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학은 삶의 철학을 구현하는 장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일테다.

 

 

<문학 속의 철학> 저자인 로쟈 이현우가 강연을 엮은 책이면서, 철학자였던 박이문 선생이 저술한 동일한 제목의 <문학 속의 철학> 다시금 떠올리며 문학과 철학의 조우를 조명하며 문학을 다시 읽는 시도로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책에 언급되어있는 저자의 폭넓은 이해와 지식이 좀더 나에게 와닿는 글은 분명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이다. 저자가 강연한 문학작품 내가 읽은 책이 별로 없어서 저자의 지적 세례에 혜택을 얼마나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언젠가 읽어보았던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떠올리며 최소한 작품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는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작품에 국한하여 저자의 강연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우선 <캉디드>

저자에 따르면 볼테르는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이하 <캉디드>)에서 라이프니츠의 낙천주의를 직접 겨냥하여 완성한 철학적 콩트가 소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주인공 캉디드 스승인 팡글로스가 바로 라이프니츠의 생각을 대변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인물로 나온다. 오늘날에 견주어보면 신자유주의적인 질서에서 강요하는 무한긍정의 대변인이 팡글로스인 셈이다. 세계가 그냥 존재할 있는 최선의 세계라고 믿는 팡글로스는 라이프니츠가 빙의된 인물로도 읽혀진다. 또한 우리가 속해있는 우주의 질서는 신의 예정조화에 있다라고 주장한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인물이 팡글로스이다. 하지만 세계는 그리 녹녹치 않았다. 캉디드를 비롯하여, 캉디드가 사모하던 여인 퀴네공드, 팡글로스가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며 겪은 잔혹사는 저자가 언급하듯 세계에 악의 존재를 인정하게끔 만드는 장치일 있다.

 

 

우리도 최근에 경주나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놀란 상태이지만, 가까운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원전사고를 떠올려볼 수도 있다. 저자는 1755 1101일에 발생한 리스본 대지진을 사례로 언급한다. 불과 5 동안의 지진에 3 명정도가 희생당했다고 한다. 당시에 희생된 사람들은 종교인/비종교인, 어른/아이를 구별하지 않고 희생당했다. 재앙적인 자연재해 앞에서 사람들은 과연 신은 어디에 있었던가를 묻지 않을 없었을 것이다. 다른 예로 중세 시대가 끝나갈 무렵 유럽에 창궐했던 흑사병을 떠올려 있다. 혹자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정도가 사망한 역사적인 사건은 절대신이 지배하던 중세를 끝내고 인본주의로 돌아간 새로운 시대를 앞당겼다고 보기도 것이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병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던 생존자들은 신에대한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기독교적인 유일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런 문제는 충격이자 모순이었을 것이다. 과연 악이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할 없게된다. 반면 저자가 예를 배화교는 선한 신과 악한 , 종류의 신을 상정하기에 악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므로 이런 거대한 모순을 피해갈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볼테르와 루소 vs. 리차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

 저자는 볼테르가 루소와 여러 면에서 앙숙이었음을 언급한다. 루소가 과격한 혁명을 주장하고, 사람의 본성은 선하게 태어난다는 성선설 입장을 지지했다면, 볼테르는 온건한 개혁파의 입장이고, 성선설을 비판한다. 물론 성악설 또한 거부하고,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은 백지와 같다는 생각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관점은 한편 루소가 <고백> 통해 우리 안의 내적자아의 발견 주목하고 있다면, 볼테르는 문화상대주의적인 관점을 통해 상대성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며 타자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고 저자는 정리해준다. 달리말하면 루소의 시선은 보다 내부로 향하고 있고, 볼테르의 시선은 외부를 향하고 있다라고도 정리해볼 있지 않을까. 

 

 

볼테르와 루소의 대결구도를 저자는 확장하여 도킨스와 굴드의 대결구도로 연결시킨다. 매개가된 계기가 볼테르의 인간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볼테르는 인간이 애초에 악하게 태어난다는 성악설을 반대하면서도, 루소가 말하듯 성선설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다만 인간은 백지상태와 같이 태어나 후천적으로 영향을 받아 악하게도 선하게도 행동할 있다는 입장에 가깝다. 선과 악을 결정할 있는 인자가 문화적 인자이자 전달자인 meme이라고 보며, 저자는 개념을 통해 도킨스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진화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갖는 도킨스와 굴드의 대결구도를 볼테르와 루소의 구도에 비교하고 있는 점이었다. 도킨스는 진화가 오랜 시간을 두코 천천히,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연속적 진화설 대변한다면, 굴드는 진화란 계단식으로 어떤 계기가 마련되어 단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진화의 단속 평형설 대변하는 입장이다. 구도는 볼테르가 온건한 개혁을 주장한 입장을 떠올려볼 도킨스에 비견되며, 루소의 과격한 혁명에 대한 지지는 굴드의 단속 평형설과 연관시키고 있다. 단순히 문학에서 어떤 교훈/주제와 관련된 이야기에 주목하던 문학읽기 습관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해준 기회라할 있겠다.

 

 

 

나가며 상대주의적 태도의 발견

<캉디드>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여행과정은 모두 생략되어 있지만, 소설 속의 배경은 전세계에 걸쳐있다. 소설 속에서 저자 이현우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볼테르가 제시하는 문화상대주의적인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는 여행을 통해 보고 배울 있는 점일텐데, 공교롭게도 <캉디드>에서 주인공들이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와 관련하여 <캉디드>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의 백미는 캉디드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에서 나체 여인을 따라가며 여인의 엉덩이를 깨무는 원숭이를 총으로 쏘아죽이는 장면이다. 결국 여인과 원숭이는 연인들로 밝혀지는데, 하인 카캄보가 캉디드를 나무라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러한 문화상대주의적인 태도는 앞서 <수상록> 집필했던 몽테뉴의 태도와도 다르지 않다. 식인종들을 만나 이들과 대화하고,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의 수장들을 찾아가 종교에 대해 대화하는 일과 같은 태도, 문화적 밈은 소수 지식인들의 밈으로 전해져 내려온 듯하다.

 

 

저자의 <캉디드> 강의를 읽고나니 주인공 캉디드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며 겪은 고생과 잔혹사는 결국 누구나 우리 삶에서 어느 정도 걸쳐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허무맹랑한 이야기같은 <캉디드>  담을 있는 진실성을 새롭게 발견할 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한나 아렌트가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악의 근원 어디에 있는지를 자문했을 , 유일신의 전통이 아닌 배화교적인 전통 속에서 성장했다면 어떻게 재판을 바라보았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가 성장할 영향을 주는 종교적 관념, 인생관은 평생에 걸쳐 삶을 제한하기도 것이다. 물론 <캉디드> 무엇보다 우리 삶의 모든 면이 신이 예정해놓은 최선의 상태가 아니라 악이 공존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에피소드라고 있다. 여기에서 소설이 끝나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을 텅빈 공간과 같은 느낌만을 받을 같은데, 볼테르는 가지 파문을 일으키는 말을 남기면서 소설을 끝낸다. 스승 팡글로스가 라이프니츠적인 예정조화설로 그동안 일행이 겪은 모든 사건들을 해석하는 것에 대해 캉디드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122, <캉디드>에서 재인용)

 

내게 말은 우리 인간 자신에 대한 믿음과 동시에 책임을 일깨워주는 말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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