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 186호(겨울)》문학초점을 읽고

창작과비평 - 186(겨울)

문학초점

 

 

문학계간지를 처음 읽어보고 있다. 지난 주는 문학초점이라고 하여 최근에 출간한 시 또는 소설에 대해 대담형식으로 소개하는 코너다. 이번 겨울호 문학초점에서는 시인 박연준, 문학평론가 김나영, 문학평론가 노태훈 세명이 소설 또는 소설집 세 종류와 시집 세 권에 대해 소감을 나누고 정리했다.

 

우선 세 명의 대담을 따라가면서 시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다양하고 예민하게 읽어내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큰 충격이었다. 시를 읽지는 않았지만, 평론가나 시인이 인용하는 싯구를 따라가면서도 행간을 읽으며 시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웠던 것이다. 소설 또한 내가 소설을 읽을 때 하는 습관대로 소설 전체를 요약해야한다는 압박에서 세 사람은 자유로운 것 같다. 무엇보다 대담자들에게는 화제에 대해 동일한 출발선 상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나도 소설이나 시를 읽지 않았기에 더 어려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고 세 대담자의 대화를 따라가 보았다.

 

사실 세 가지 소설과 세 가지 시 모두 흥미로웠지만, 아직 소설과 시의 독법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로서 내게 무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은 소설은 정소현 작가의 소설집 품위 있는 이었다. 그 이유는 박연준 시인이 ‘편안하게 읽은’ 소설이기도 하고, ‘좋은 문장들이기에 독자를 피로하게 하지 않는다’는 언급 때문이었다. 나머지 두 명의 소설집도 모두 흥미로웠지만, 내게는 소설을 소설읽기를 시작하기에 좋은 출발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계간지 창작과비평도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고, ‘문학초점’에 소개된 소설가와 시인들 모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문학잡지를 통해 나처럼 어떤 작가들을 처음 알게되면 여기에서 시작하여 관심있는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면 좋은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박연준 시인도 소설가 정소현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기대이상으로 좋았기에 첫 소설집도 찾아 읽어야겠다고 한다. 문학과 친근하지 않은 나 같은 독자들에겐 소설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짚어주는 사항 이외에 ‘읽기’에 관한 방법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품위 있는 에 대해 시인은 “작가가 이야기에서 진실 드러내는 방법이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소설에서의 ‘진실’이란 어떤 것인가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점은 소설을 읽고 익숙해지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일 듯하다. 아울러 소설에는 이미 죽은 사람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미 죽은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파묵의 소설에서는 다양한 시점에서 화자가 주기적으로 바뀌며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취하는데, 정소현 작가의 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도 궁금해진다.

 

내게 시는 소설보다 더 읽기 어려운 상대이지만, 먼저 읽어보고 싶은 시집을 선택하라면 성동혁 시인의 아네모네를 선택해보겠다. 그 이유로는 노태훈 평론가가 이 시집에 대해 “만약 한편만 읽는다면 감동이나 감각의 폭이 제한될 같다는 생각이 정도로 한권으로서의 의미가 시집입니다”라고 한 대목 때문이었다. 시 한 편, 한 편이 모여 이루어진 전체를 통해 시인에 대해 이해하는 실마리를 좀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평론가와 시인의 명료한 언어와 사고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시집 전체를 통해 단어를 고르고 자신을 형상화해내는 시도가 내게는 시에 접근하는데 보다 정통적인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문학초점에서는 문학평론가와 시인이 소설의 어느 한 대목, 시의 어느 한 구절에 대해 상반된 감상을 내놓은 경우가 있었는데, 대담에서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정답이 있는 읽기와 공부에 익숙해져있던 내게 열린 텍스트로서 문학이 사실은 아직도 낯설다. 하지만 시인과 평론가가 상반된 감상을 드러내면서도 상대방의 이해에 수긍하고 공감하기도 할 수 있는 점이 문학의 매력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마치 우리가 삶에서 직면하는 숱한 문제들이 항상 결말이 명확하거나 행복한 결말, 혹은 슬픈 결말로만 일관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문학초점’을 통해 작가들은 한 편의 소설이나 시를 쓸 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리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그런 질문들이 독자의 ‘읽기’행위를 통해 ‘또 다른 질문’으로 혹은 ‘응답’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