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186호(겨울)》- ‘함께 풀어야 할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

창작과비평 - 186(겨울)

[현장]

 

'함께 풀어야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를 읽고

 

 

이번창작과비평 겨울호(186호)에는 2011년 3월 지진으로 이어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최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발생되고 있는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언론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사로만 접하고 있어 관련 문제 전반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 벌써 핵발전소 사고가 난지 9년 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특히 작년 여름 일본에 수차례 태풍을 맞아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거나 처리된 제염토 자루가 유실되었다는 기사를 기억한다. 일본 본토의 오염 상황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할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다. 이번 글을 작성한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이헌석의 우려대로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이웃국가는 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도 절실한 문제인 셈이다.

 

 

그동안 단편적인 기사로만 후쿠시마 사고 관련 상황이나 문제점들을 접해왔다. 이번 호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후쿠시마 문제가 더욱 심각하고 장기적으로 대처해야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분명한 것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사고 후 수습(제염과 복구)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에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기억해야할 점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전 세계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가해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갖는 일일 것이다. 어느 과학자가 언급한 사고 실험이 생각난다. 오염된 물 한 컵을 바다에 버린 다음, 지구의 바닷물에 고르게 희석시켰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지구 어디에서나 바닷물을 한 컵 떴을 때, 그 물컵에는 최소한 오염된 물 컵에서 나온 물 분자 100개 이상은 담겨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 60-7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중지된 살충제 DDT가 여전히 전세계의 수산물에서 미량이나마 계속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2019년 9월 기준으로 누적 오염수의 양(원자로 냉각을 위해 쏟아 부은 물과 지하수 유입으로 오염된 물)이 116만 톤에 이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현재도 매일 110톤 정도의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암울한 소식 한 가지는 ‘방사성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과 부실하고 신뢰성 떨어지는 관리 문제다. 2013년부터 도쿄전력은 플루토늄과 텔루륨 등 62개 핵종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의 일종인 삼중수소의 경우, 이를 제거하는 설비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도쿄 전력은 현재 삼중수소 제거에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농도는 리터당 120만Bq(베크렐) 수준인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용수 기준으로 제시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상한치는 1만Bq라고 한다. 그러니까 삼중수소 농도만 해도 세계 기준의 120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의미다. 발생되는 오염수의 막대한 양과 비용 때문에 방치된 오염수 문제는 현재 장기간 지구 환경에 영향을 주게 될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결국 고농도의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희석시키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염수의 방대한 양과 현재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오염수와 지하수 오염을 통한 바다 유입의 문제는 분명히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여기에 불가피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는 끊임없이 피폭 노동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루어지는 원격작업만 해도, 여기에 참여하는 작업자가 한번의 작업으로 반년치 이상의 피폭을 입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 따르면, 방사선량 6Sv(시버트)에 피폭되면 사람이 즉사하는 수준인데, 후쿠시마 발전소 원자로 내부에는 시간당 최대 530Sv의 방사선이 측정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아직도 작업자들이 원자로 내부에 직접 들어가서 작업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작업을 해야 하겠지만, 작업 노동자들에 대한 피폭문제는 무엇보다 일본정부가 우선시해야 할 사안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재 도쿄전력과 일본정부의 부실하고 신뢰가 가지않는 수습과정을 보면서 ‘희생의 시스템’이란 관점에서 일본사회의 문제들을 검토했던 동경대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를 떠올렸다. 데쓰야 교수와 재일한국인 서경식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와 오키나와 문제 모두 그 배경에는 일본의 ‘식민주의’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는 ‘희생’되는 존재가 필요하고, 그 결과 너(희생되는 대상)와 내(희생을 요구하는 측)가 구별되는 ‘차별’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사실 후쿠시마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대도시인 도쿄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마련된 시설이다. 그러니까 도쿄 외곽에, 후쿠시마 지역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여 설립된 시설인 것이다. 도쿄라는 나라의 수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차별적인 대상(후쿠시마 지역과 지역민들)이 있고, 중앙정부는 이를 당연시하게 되는 구조이다. 결과적으로 이 희생의 시스템은 민주주의적인 의견이 수렴되는 절차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구조다.

 

 

서경식 교수는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사고 대응방식에는 2020 도쿄 올림픽이라는 추가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살펴보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글의 저자 역시 간단히 이를 간단히 언급했지만, 후쿠시마 사고 대응에 대한 일본정부는 움직임에는 이 도쿄올림픽이라는 국가 행사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정부는 올림픽이 예정된 올 여름까지 국내외 여론을 살피며 자신들의 부실한 대응과 오염수 문제를 언론에서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올림픽이라는 국가의 사업, 행사를 명분으로 언론이 통제되고, 세세한 정보가 은폐되고 있으며, 부실한 관리 실태가 국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결국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일본의 거주자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안전을 담보로 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볼 때, 일본정부는 아직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인식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이전에는 일본정부가 오염수 배출 문제를 언론의 관심을 가능한한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이 ‘희생의 이벤트’가 끝나면 일본정부는 전격적으로 오염수 방류를 발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나아가 이번 여름 일본에 태풍이 올 경우, 사고지역에서 오염수나 제염토의 유실 또는 방류(?) 문제가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예견된다.

 

 

저자는 오염수와 제염폐기물이 동북아가 함께 풀어야할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피해규모와 계속되는 오염수 발생을 볼 때, 동북아시아만의 문제로 제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하여 떠오른 생각은 중국의 동해안에 건설중인 원자력 발전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겠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동해안을 따라 여러 대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체르노빌 사고나 후쿠시마 사고만 보아도,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문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중국의 동해안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다가 사고가 생겨, 후쿠시마와 사고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에 주는 영향은 후쿠시마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원자력의 이용에는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제적 개입이 필요할 것 같다. 왜냐하면 원전 사고의 “방사능 피해에는 국경이 없고, 피해규모는 인류 전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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