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강주헌 역)

[원제] Original Zinn: Conversations on History and Politics
by Howard Zinn & David Barsamian


모든 사람들 특히 미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Howard Zinn(1922-2010)은 올해 사망한 역사학자이자, 실천하는 진보적 지성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보스턴 대학 명예교수이다. 어느 기사말마따나 진보적인 성향의 지식인들이 활동하는 기반이

생각보다 허약한 체질의 미국에서 역사학자로서 운동가로서 살아온 이 분의 사망소식을 접한 다음에야

나는 이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인터뷰의 대가라고 불리는 David Barsamian과의 대담을 모은 책으로서,

하워드 진의 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역사와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고? MB정부의 유일 무이한 업적이 있다면,

내가 정치나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해준 것을 쳐도 내가 인정해 줄 수 있겠다.

미국 제국주의(American Imperialism)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한 추악한 전쟁을 고발하고,

부시 행정부의 만행을 비롯, 클린턴 행정부의 기만과 심지어는 케네디 가의 위선적인 모습까지도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최근 공개된 FBI비밀 문서에 의하면 케네디 가의 세 형제가 난잡한 섹스파티를

자주 했고 물론 거기에는 마릴린 먼로도 있었던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말 그대로라면 정말 정치인들은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정치 세력과 결탁한 언론의 행태를 여지없이 비판하고있다.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말하면서 악덕 자본가를 지적한다. 철도 사업을 장악했던 밴더빌트 가문,

(밴더빌트 대학도 이 가문이 설립했을 것같다.)

힐 가문, 해리먼 가문 같은 19 세기 말의 거물과 대기업 경영자들이 대표적인 악덕 자본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철강과 알루미늄을 장악한 카네기와 멜런도 악덕 자본가였다.(피츠버그에 본거지를 둔 철강 산업과

카네기 멜런 대학도 마찬가지로 이 가문에서 설립했을 것이다.) 기업을 합병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J.P.모건도

똑같았다. 특히 모건 가문은 금융시장을 조작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Great Gatsby)의 한 구절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시작부터 나를 흥미있게 해준다.

이 소설을 떠올릴때면, 중학교 때 한 영어 선생이 떠오른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은 이러 이러한 책을 읽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자랑하기를 좋아했다. 수업시간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하고 어느 날 물었었다.
 
물론 당시에 혈기넘치던 남학생들이 이런 책을 읽었을리는 만무하고, 정신 연령이 높았던 여러 여학생들만 손을

들었던 것이다. 여대를 나와서인지 몰라도, 특히 남학생들에 대한 조롱석인 비웃음과 우월감을 얼굴에 잔뜩 묻고는

이내 표정관리를 하며 너희같은 무식한 것들에게 내가 가르쳐봐야 뭘 소용이 있겠냐고 하는 것이었다.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수업이나 얼른 시작하시죠..였다.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릴 때마나 나는 그녀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비웃는 입꼬리를 떠올리는 씁쓸한 기억이 있다.


또한 하워드 진은 안보(security)라는 명목하에 수도없이 개인에게 강제되어온 국가 권력의 힘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의 국가 보안법의 폐혜를 지적해온 수많은 지식인들의 모습을 비추어볼 때,  

우리 사회의 모습은 미국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아니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국가'라는 것에 대해 결국은 이런 것일 뿐이었던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R.P.Feynman도 지적했듯이, 가장 위대한 가치중의 하나는 의심을 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 Of all its many values, the greatest must be the freedom to doubt - R.P. Feynman )

진정한 지성은 전공을 불문하고 통한다고 했던가, 하워드 진 또한 책에서 이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와 의심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독서 이력이 짦으므로 이런 현실을 대담하게 말할 수 있는 지성이 누구일까 생각해보니

교직에 있지는 않지만, 장정일씨(교사이긴 했었다.)를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거리로 나와서 행동하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작가로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대담하게 정부에 맞써서, 사회의 부조리에 맞써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 또 한명 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김용옥 선생. 얼마전 TV특강에서 정부의 천안함 조사를 두고, 사기라고 했다가, 보수 단체로부터 고소장을

받았는데, 국가보안법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고발된 것이다. 

정부의 의심스럽고 비상식적인 조사결과에 대해 의심을 갖는 것이 죄인가 아니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죄인가.

진중권씨는 이번 6.2 지방선거때 정치인으로서 출마하려고 했기 때문에 제외.

 미국 정부의 국제화(Globalization)에대한 여러 책을 저술한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의 책 몇 권을

읽고 자신이 조금 유식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면, 그래서 토마스 프리드만을 모르는 공대생들으로부터

우월감을 느끼시는 당신이라면, 닥치고 이 책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꼭.

경제 용어를 좀 안다던가, 자본의 흐름이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머리에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들 몇개가 들어있어도 쓸줄 모르는 사람들,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들,

아니면 아예 사회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그의 솔직하고 공식에서 벗어난 역사적 인식을

접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의 역사에대한 관점은 역사란 과거의 거짓말과 속임수를 적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한다고 말이다.

몇 장을 읽고나서 그의 역사와 세계에대한 통찰이 정말 내가 찾던 그런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누누히 생각하던 거지만, 우리가 한 인생을 살면서 사는데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에대한 반성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나도 그만큼 많이 낭비한게 시간

이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난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은 도식화된 역사와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착한 국민이고, 똑똑하지만,

아쉽게도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일 것 같다는 말이다. 아쉽게도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나 자신도 모르게 정부의 정책을 묵인하고 결과적으로 지지해준 결과가

된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참고)

http://howardzinn.org/default/

http://www.bing.com/videos/search?q=howard+zinn&FORM=VDRE&qpvt=howard+zinn#

이 책은 절대 남들에게 빌려주지 않을예정.

왜냐하면 당신들이 꼭 소장해야할 책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