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잘 모르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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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민이긴한데 요새는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도대체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하는지
고민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디어 잘만 내는 것 처럼 보이는데 난 왜 이렇게 굼뜰까 자책해보지만 항상 명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지도교수는 그걸 '게으르다'라고 표현한다.
교수가 어떤 의미로 게으르다라고 말하는지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과연 교수가 의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라는게 뭔지,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스스로 계획하고 해결해나가야하는건지,
교수가 말하는 physics라는 것이 어떤건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친구녀석은 교수가 말하는 'physics'라는 것이 뭔지 깨우치는데 2년이 넘게 고생했다고 한다.

다른사람같으면 어느 정도 알만도할텐데, 난 뭐든지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씩 늦게 간다.

교수말대로 실험실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보다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집중해서 자기의 문제와
대면하고 고민하느냐의 문제같다.

내 연구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고분분투했던적이 언제 였던가싶다.
그렇게 따지면 교수말이 맞다. 아이디어가 안나와서 고민하는 것도 내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자한 시간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해오던 연구 주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는 또한 쉽지 않아보인다.
다른 똑똑한 사람또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아이디어를 찾고있을테고, 남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토론하고 의견을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을테지.

단지 수업을 듣고,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보고 수업을 끝내는 것과는 달리, 모든 행동하나하나 지식하나하나가 스스로의 동기부여(motivation)에 달려있다는 것이 내가 힘들어하던 점이 아닌가 한다.
특히나 한국의 군대에 있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어진 일에는 사명감을 갖고 잘하지만,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처음에 나는 대학원 생활을 해보고 오지도 않아서 외국인 지도교수와 이런 문제를 가지고 힘들어할
줄을 몰랐었는데, 그 런 것들이 한국 대학원과 미국 대학원이 다소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 내 지도 교수도 미국인은 아니므로 미국인 교수드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생한테 얘기한다. 상당히 공격적이고 솔직하다. 미국인 교수들이 대체로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지만, 내 지도교수는 상당히 공격적이로 신랄하게 말을 하는 편이다. 이런 것도 참 적응하기 쉽지 않은 듯하다.

이제 아무것도 없는 실험실에서 장비하나 하나 들어오고 설치가 진행되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실험을
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샘플을 만들기만하면, 다른 실험실의 장비를 써서라도 측정해볼 수 있을테고,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수가 계속 나에게 소리치는 이유는 나도 안다.
하지만 아직도 난 새로운 실험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야할지 여전히 고민이다.
내일은 교수를 만나서 좀더 생각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할 듯하다.
머리아프다. T.T
잔소리를 듣고 혼나더라도, 좀더 내 생각을 공격적으로 개진하도록 해봐야겠다.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어디나 쉽지 않은 듯 -.-:

자! 다시 힘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구!

사진 : Olympus E420 + 1:2.8 f=25mm Zuiko lens

Olympus PEN EE2 + Kodak B & W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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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집어넣어보니 인물이 너무 크게 나왔다. 민망하다.
인물에 대한 비방이나 외모에대해 비하하는 행동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Half Frame camera라고 부르는 올림푸스 펜으로 찍은 사진들인데, 여기서 굵은 입자를 볼 수 있다.
크기가 보통 필름의 전반인 이미지를 사진관에서 일반 36mmx24mm 에 해당하는 크기를 두 배 크게 확대인화
해놔서 이모양인 듯 하다.

 그러나 저러나 비싼 흑백 인화에다 사진 장수도 두 배로 늘어서 눈물을 머금고 돈을 내야만 했다는...

내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게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난 이렇게 항상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난 사진의 피사체가 되기에는 너무나 어색하다. 내가 웃으면서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겸연쩍은 미소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 웃는게 어색하고 부담스럽기까지하다.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을 때는 도대체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포커 페이스라고 하던데. 그래도 많이 좋아진거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 참 부럽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사람에게 전달해주는 사람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잘 웃는 사람이 부럽다.

거울보고 씩 웃어봐도 역시 어색하다.
난 역시 아니다. -.-;

야구선수 오승환 선수처럼 무적의 포커페이스는 아니지만,
나 역시 10년 뒤 내 얼굴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을 때,
편한 미소를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여름이 이제 다 가고 있다. 학교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뭉쳐다니는 신입생들로 넘처나고, 새로 활기를 띤다.
학교 주차장에 차들로 넘쳐난다.

좀더 일찍일어나야한다. -.-;

이번 하반기는 내 일에도 좋은 결과를 얻어야겠다.



Kodak B & W film + Rollei 35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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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혹은 7월 즈음이던가 어느 주말 집에서 빈둥거리다 방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Rollei35를 꺼내들었다. 위 두 사진은 내 방사진.

아래 두 사진은 지도교수의 딸(3살)이 찍어준 내 사진.
왼쪽 아래는 Olympus PEN EE2로 찍은건데, 인화할 때 사진관에서 절반인 사진을 궂이 원래 사진으로
확대해서 인화를 해서 굵은 입자들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아래는 Rollei 35 SE로 찍은 사진.
 
웬일인지 학생을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더랬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지도교수의 딸을 찍어보느라 지쳤다. 대신 카메라를 쥐어주고 찍는데 맛을 듯였는지 자꾸 카메라를 달랜다.

대충 초점도 그럴듯하다.
초점이 안맞으면 어떠랴. 순간 순간이 내가 존재했던 기록이고 추억이 된다.
추억을 소유할 수는 없어도 기억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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