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영혼

자유로운 영혼, Buffalo, 2008



(생각 하나) 

껍데기만 성한 너희 불구의 영혼들아

자유로운 영혼들을 구속할 수 있다고 생각치 말라.

당신들의 잘난 권력으로 그들의 영혼을 구속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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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둘) -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가 그립다.-

피천득 님의 '연연'에 보면 당신께서는 삶의 마지막에 하나 가져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블(놀이용 구슬을 말함)하나라고 하셨더군요. 한국전 직후 50년대 중반 한국이 폐혀가 되었을 때

미국에서 가져온 그 구슬들을 당신께서는 무척 아끼셨나 봅니다.

부자집 처자도 죽을 때는 진주 목걸이, 옥반지 하나 못가져가지만, 당신께선 마블하나는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저에겐 소박하다라고 느껴지기보단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만나본 적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왠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셨던 당신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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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셋)

나의 한 지인은 나의 흑백 사진을 보고, '흑백 사진'은 왠지 너무 외롭고 우울해 보인다' 라고 말한다.

난 그에게 너가 여자 친구가 없어서 외로운거라고 놀렸지만, 실상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

너무나 다양한 색때문에 우리의 눈은 너무도 피곤하다고 말이다.

화려한 색을 '잠재우고'나면, 난 비로소 내가 미쳐 의도하지 못했던 주변 상황이나 주제에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된다. 단순함으로 다시 대상을 바라보노라면, 그 때야 비로소 난 대상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흑백 사진의 의미는 대상에 좀더 다가가고싶은 나의 바램일 뿐이다.

과거의 어느 순간, 내가 그 곳에 있었고, 우리'가 함께 했었다는 것, 그 삶 속에서 내가 서로 부대끼며

함께했다는 존재의 증거이다.

물론 프로 사진 작가들은 의도한 상황과 주제를 미리 떠올리고 사진을 찍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흑백사진의 매력이란 사진을 촬영한 후의 '새로운 발견'에 있다.

작가 최민식 님의 흑백 사진 집을 보고 너무 우울하다고 말하는 다른 지인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그 우울한' 사진 너머에 있는 작가의 지극히 인간적인 관심사에 대해서였다.

삶의 한 가운데에 배수진을 치고 살아가는 혹은 처절하게 하루 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있어 사진 행위라는 것은 타자의 생을 통한 '나 자신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마도 프로 사진 작가들은 그 '나'에게로의 특수성이 보편성의 발견으로 승화된 경험을 가진 자들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다만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것들은 쨍'한 사진을 얻는 포토샵 기술이 아니라 대상과의 교감 혹은

촬영 행위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Henri-Cartier Bresson의 단순한 시골 길을 담은 흑백 사진을 이해하지 못해도,

Ansel Adams의 캘리포니아 주변의 돌맹이 사진을 제대로 이해못해도, 죽을 때까지 이해 못해도 상관없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은 그들의 사진 행위에 대한 애착이며, 대상 혹은 주제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길이다.

테크닉이전에 대상에 대한 애정이 먼저이다.



봄을 생각한다

나른한 어느 봄날, Central Park, NYC 2006




몇일 째 영하 10도에서 15도 전후를 넘나드는 추위와 계속되는 눈으로 도로에 눈을 치우길 잠시 중단한

모양이다. 주차장에 쌓여있는 산만한 눈들이 다 녹으려면 3월내지 4월까지는 기다려야 할 일이다.

봄이 어서 오길 고대하고있다. 꽃피는 봄이 어서 오길...

공존하는 시간

                           On Time, Brooklyn Bridge (NYC), 2006




연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멀리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을 종종 받곤한다.


나도 연말 연초가 되면 친구들,
친척들한테 연락을 하곤했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사람들한테 연락을 안했다
.


오히려 제작년 연말 연초가 더 바빴다면 더 바빴는데 말이다
.

크리스마스때 랩미팅하고
, 줄곧 클린룸에서 샘플만드느라 스트레스받고

삽질하던 때인데
...올해는 사람들한테 연락하기가 귀찮아진건지 왠지 피곤하다.



수많은 관계들에 얽혀있는 상황에서 (물론 결혼을 한다면 훨씬 복잡해지겠지
)

가끔씩은 멀리 떨어져있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물론 나는 대부분이 떨어져있는 상황이긴하지만 말이다
.

국내에 남아있으면
 어떻게라도 보게되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있지만,

여기선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하지만 가끔은 날 안도하게 만들기도한다
.


그렇게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문득, 연말이나 연초에는 한 번씩 여러 사람들이
 

 
생각나곤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어느 날 정말 오래간만에 스치듯 몇 사람이

생각나던 날 그 사람들로부터 한꺼번에 메일을 받는
경우이다.


5년 전, 7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친구들이 같은 날 생각이 났더랬었는데
,

같은날 내가 이메일을 받은건
참 우연스럽기도하고 재미있기도하고,

편지를 받는 기분이 참 묘한 그런 날이 몇 번 있다
.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비슷한 시간에 서로 생각을 하기도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


정서적으론 다르긴 하지만 내가 아끼는 피천득님의 '인연'
에 나오는 수필

'
보스턴 심포니'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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